안 대표는 10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국회의원 2명과 당직자가 선관위에 고발당했다"며 이같이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으나, 당에서 사실 관계를 적극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만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신임 국회부의장) 등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이 고발된 데 대해 원내대표로서 심심한 유감"이라며 "검찰 수사에 협력하겠지만 검찰 수사의 내용을 주시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당의 운명을 검찰 손에 넘기지는 않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최근 검찰의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 수사 내용을 보면, 아직도 자기 식구 감싸기에는 철저하지만 야당에게는 잔혹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과거 자신이 검찰에 의해 4번 기소됐지만 4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두 의원께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우리 당도 검찰 수사에만 맡기지 말고, 진상 조사단을 구성해 더 철저하게 조사해서 검찰 수사 이전에라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당헌당규에 따라 철저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하거나, 적법 절차를 어기고 편파·불법적 수사를 하거나,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럴 경우) 정치 수사로 규정하고 당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당 비례대표인 박선숙(재선)·김수민(초선) 두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사실 관계에 대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날 저녁 긴급히 잡은 간담회에서 △김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홍보 회사 '브랜드호텔'이 다른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맞으나, 이는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광고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정상적 계약에 따라 받은 금액이며 △한 업체가 체크카드를 발급해 건넸다는 6000만 원 역시 김 의원을 포함한 당직자 누구도 이 체크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없고, 체크카드를 사용한 것은 '당 외부 사람'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vs. 국민의당…고발과 해명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국민의당이 지난 4.13 총선 홍보와 관련해 공보물 제작 업체인 'B사'(익명. 이전 기사에서 'B사'로 표기된 브랜드호텔과는 별도 회사)와 TV 광고 관련 업체인 'S사'에 각각 20억, 11억 원의 예산을 주고 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B사와 S사는 각각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 원, 6820만 원을 줬다는 것도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실 관계다.
선관위와 국민의당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B사와 S사가 브랜드호텔에 지급한 돈이 '허위 계약에 따라 사실상 국민의당으로 들어간 리베이트(상납금)'이냐 '정상적 업무를 하고 받은 대가'이냐의 여부다.
선관위는 B사가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 원을 준 것이 국민의당 선거사무장이었던 왕주현 사무부총장(검찰 고발됨)이 2억 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과 B사의 거래 관계일 뿐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S사가 브랜드호텔에 준 6820만 원도 '김수민 의원의 1억 리베이트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선관위는 주장하지만,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특히 돈이 국민의당으로 유입됐는지는 정치적으로 가장 폭발력 있는 쟁점이다. 브랜드호텔이 B사와 S사로부터 받은 돈이 브랜드호텔 회사 운영비로 쓰였는지, 아니면 김수민 의원 등 당 관계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이 돈의 일부가 국민의당 홍보 비용으로 쓰였으며, 일부가 당 관련 계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물론 "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사가 체크카드 형식으로 제공한 6000만 원을 실제로 사용한 인물은 한 광고업계 인물로 알려졌는데, 선관위는 이 인물이 '국민의당 홍보 TF'의 팀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외부 인물"(이용주 의원)이며 "TF 자체가 없었다"(김경록 당 대변인)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보자면, 이 인물이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주장대로라면 문제 없나?
남은 쟁점도 있다. 국민의당의 주장대로, B사와 S사가 브랜드호텔에 돈을 준 것이 '기획·조정 업무'를 한 대가라고 하더라도, 이 업체들이 브랜드호텔과 계약을 한 것이 국민의당 측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는 부분이다. 브랜드호텔은 국민의당과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다. 총선 당시 선대위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이 바로 이 회사 대표였다. 김 의원은 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 3월 24일 브랜드호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용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에서 "비례 후보가 대표로 있던 업체와 홍보 계약을 하는 게 모양새가 안 좋아서, 하청 업체(B사·S사)를 주된 계약자로 하고 기획은 브랜드호텔이 제공하는 걸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즉 국민의당은 홍보와 관련해 총 3개 회사에 사실상 일을 맡겼고, 이 가운데 브랜드호텔은 기획을, B사는 공보물 제작을, S사는 TV 광고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호텔과 국민의당이 직접 계약을 맺지는 않았고, 브랜드호텔이 국민의당을 위해 일한 대가는 B사와 S사를 통해 지급되도록 했다는 것.
국민의당의 해명을 곧이듣는다고 해도, 특수관계인 브랜드호텔과 업무 계약을 하는 것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봤다면 아예 브랜드호텔에 일을 맡기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럼에도 B사와 S사를 통해 일을 맡기고 그 대가를 이 업체들을 통해 간접 지불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 정당한지 등 따져볼 대목이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선관위가 B사·S사와 브랜드호텔 간에 체결된 계약을 '허위 계약'으로 단정짓고 있는 이유도, 브랜드호텔이 용역을 제공한 상대방을 계약 당사자인 B사·S사가 아닌 국민의당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경록 대변인은 브랜드호텔에 일을 맡긴 경위에 대해 "허니버터칩 포장지 디자인 등 레퍼런스(경력)가 굉장히 좋았고, 처음 맡겼던 우리당 CI와 슬로건 등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서 (선거 홍보 위탁을) 했던 것"이라고 전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 의원도 "모양새가 안 좋아서 하청업체를 주 계약자로 하고 기획은 브랜드호텔이 하는 것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브랜드호텔이 이 회사들과 광고 관련 기획 등의 일을 하고 받은 대가이며 당과는 무관하다"(이용주)라는 설명과는 다소 뉘앙스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한편 사실관계 규명 등 법률적 대응과는 별도로, 이번 사건이 당 내부로부터 터져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향후 국민의당에 남겨진 '정치적' 과제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도 일부 당직자들을 통해서였고,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판이다. 당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이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당을 감싸기는커녕 일제히 "어째 이상하다 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도 결코 국민의당이 건강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사인은 아니다. 안철수 대표-박선숙 사무총장으로 이어진 총선 당시의 당 지도부가 당 안팎에서 얼마나 신망을 받고 있었는지, 소통을 충분히 하고 있었는지 돌아볼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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