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중국 기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오는 6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앞두고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무부는 2일 (현지 시각)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통신 제품을 제조하는 중국 기업 화웨이(華爲)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 제재 대상 국가에 미국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5년 치 내역을 체출하라고 요구했다.
상무부는 이와 함께 화웨이가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국가로 보낸 화물 내역 기록 제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를 조사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 부분 포함된 제품이 제재 대상 국가에 수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대북 금융제재에 이어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남중국해와 북핵 등 현안과 관련, 본격적인 중국 압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무부가 화웨이의 구체적인 수출 규정 위반 혐의를 잡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같은 조사를 실시한 것을 두고 "아직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중국에게 분명하게 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만남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다소 흐트러질 것을 우려, 미국이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포석을 두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이 위안화와 달러화 환율을 비롯해 중국산 철강 덤핑과 자동차 및 통신장비 부품 등 각종 경제 현안에서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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