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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대리운전, 어쩌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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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대리운전, 어쩌면 죽는다

[분석] 'O2O 포털' 꿈꾸는 카카오, 세 가지 쟁점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에 진출했다. '카카오 드라이버' 앱을 31일 출시했다.

카카오는 앞서 콜택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자동차 주유 및 수리 분야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자동차 내비게이션 '김기사' 운영 업체 록앤올을 지난해 인수해서, 올해 초 전면 개편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가까운 주차장을 추천하는 서비스 역시 준비 중이다.

자동차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미용실, 가사 도우미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 연계)'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O2O 시장이 급팽창한 건 약 2년 전부터다. 음식 주문 서비스 '배달의 민족', 부동산 중개 앱 '직방' 등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관련 투자가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관련 O2O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O2O 시장을 개척한 건, 주로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다. 뛰어난 기술력보다는 발로 뛰는 부지런함이 성공을 좌우하는 사업인 탓에, 큰 자본 없이 평범한 스펙을 갖고서도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 '직방' 등도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가 직접 가게 문을 두드리며 영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평범한 청년들이 발품 팔아 일군 시장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 카카오만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O2O 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모바일 벤처 그룹 옐로모바일 역시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한 상태다.

O2O 시장의 확대 흐름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자동차 분야 O2O 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봤다.

카카오와 대리기사의 상생 모델, 순항할까

첫 번째 쟁점은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다. 신기술에 먼저 적응한 신생 기업이 기존 산업을 파괴한 사례는 흔하다.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등장하자, 미국의 대표적인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가 망했다. 비슷한 사례를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카카오 등 대기업의 O2O 시장 진출은 영세 사업자 입장에선 실질적인 위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건, 31일 출시된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다. 지금껏 나온 O2O 서비스는 중개 수수료 또는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었다. 오프라인 가게와 스마트폰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따라서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앤다면, 기존 가게와 상생할 수 있었다. 또 모텔처럼 예전에는 중개업자가 없던 시장에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 모텔, 식당 등과 상생하는 길을 찾기만 하면 죽고 사는 싸움은 겪지 않는다. 다만 '상생'과 '수익'이 양립하기 힘들다는 문제는 있다. '배달의 민족' 등이 부딪힌 게 이 문제다.

하지만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 즉 대리운전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어차피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도 운전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거였다. 그 역할을 똑같이 카카오가 한다. 카카오가 성공하면,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가 망한다. 죽고 사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죽이는 싸움이라면, 명분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보다 더 약자인 집단에게서 지지받아야 한다. 바로 대리기사다. 다른 한 편으론, 승객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시작 단계에선 일단 성공적이다.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가 받던 수수료는 20~40%대였다. 카카오는 20%로 통일하기로 했다. 승객이 준 돈 가운데 대리운전 기사가 실제로 챙기는 건 얼마 안 된다. 기사 측 보험료가 있다. 또 대리운전 사업자가 설치한 프로그램 이용료를, 기사가 내야 한다. 카카오는 이런 비용을 모두 스스로 부담하기로 했다.

따라서 대리운전 기사는 승객에게서 받은 돈 가운데 80%를 고스란히 챙긴다. 종전보다 수입이 늘어난다. 실제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 협동조합 등이 카카오를 지지한다. 이들 단체는 최근 카카오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승객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장치도 있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종전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카카오는 대리운전 기사 면접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장치다.

카카오의 구상대로라면, 망하는 건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뿐이다. 대리운전 기사와 승객은 모두 이익을 본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가 가만히 앉아서 죽겠느냐는 게다. O2O 사업자가 기존 업자에게 정면으로 칼을 겨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을 장악한 이후다.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을 장악한 신생 기업이 곧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서 독점 사업자가 된 뒤에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갑질'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카카오는 사회적 비난에 부딪힌다. 대형 마트의 골목 상권 파괴 논란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카카오의 보릿고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두 번째 쟁점은 지속 가능성이다.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는 카카오가 콜택시 사업을 할 때 이미 예견된 거였다.

해외 사례가 있다. 중국에선 한국보다 먼저 콜택시 앱이 활성화 돼 있었다.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라는 두 업체가 시장을 양분했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두 업체가 합병한 뒤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고서야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카카오 역시 비슷한 길을 가리라는 게 IT 업계의 전망이었다.

카카오 역시 콜택시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수익 모델 자체가 없다. 택시 업계와의 마찰 우려 때문에 수수료를 매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블랙'이라는 고급 택시 사업도 시도했지만, 금세 위기에 부딪혔다. 사업에 참가한 택시 기사들은 권고 사직을 요구받았다. 당초 카카오가 약속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게다. 게다가 SK그룹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T맵 택시' 사업이다.

결국 새 활로가 필요하다. 대리운전까지 포함하는, 차량 운송 시장 전체를 보면서 수익 모델을 짜야 한다. 중국 업계가 먼저 갔던 길이다. 카카오도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뒷심이다. 수익 모델이 안정화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카카오의 재무 상황은 악화 일로다. 한동안 수익원이었던 게임 부문이 망가진 게 주요 이유다. 카카오는 모바일 게임 업체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카카오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성공한 게임 업체가 흔해졌다. 모바일 광고 등 다른 사업 부문 역시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카카오의 신규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옛 수익원은 메마르고, 새 수익원은 여물지 않은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게다.

결국 총수의 의지가 관건인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입장이 단호하다. 그는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O2O 사업은 일종의 투자"라며 "실적과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보릿고개를 견뎌내겠다는 말이다.

김 의장은 과거 '한게임'을 창업한 뒤 네이버와 합병한 경험이 있다. 당시 수익 모델이 변변치 않았던 네이버가 보릿고개를 넘긴 뒤 폭발적인 수익을 얻는 걸 지켜봤었다. 네이버가 콘텐츠 포털이라면, 카카오의 지금 모습은 'O2O 포털'를 향하는 듯하다. 김 의장의 과거 경험이 지금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게다. 그런데 네이버가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던 건, 한게임이라는 수익원 덕분이었다. 문제는 지금 카카오에서 한게임 역할을 하는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보릿고개가 너무 길어지면 위험한 이유다.

김 의장이 생각하는 보릿고개가 언제까지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예상보다 보릿고개가 길어지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혼밥', '혼술' 시대의 대리운전 사업?

세 번째 쟁점은 시장 자체의 한계다. 국내 O2O 시장을 개척했던 '배달의 민족', '직방', '야놀자' 등이 대부분 정체 상태다. 새로운 혁신 없이는 도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310억 원 가까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직방' 역시 100억 원쯤 썼으리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광고 공세를 해도 이용자 수가 그대로라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300만 명대로 정점을 찍었고, 지금은 230만 명대다. '직방'은 올해 초 170만 명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카카오가 하는 O2O 사업이라고 해서 다를까. 모바일 앱이 '이용자 300만 명'이라는 벽을 넘어서려면,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확인됐다. '배달의 민족' 수준의 인지도로도 안 된다. 뭐가 더 필요할까. 그걸 모르니까, O2O 업체에 대한 추가 투자가 어렵다.

게다가 내수 시장은 계속 얼어붙는다. O2O 사업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활성화돼야 잘 되는 일이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이들이 많아져야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의 미래도 밝다. 하지만 각종 통계 지표가 가리키는 쪽은 반대 방향이다. 사람들은 덜 돌아다니고, 덜 흥청망청 댄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먹고 마시겠다는 이들이 늘어난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문화다.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에는 불리한 징후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기존 업자와 갈등을 빚는 서비스를 정부가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창조 경제'를 내건 정부가 원하는 건, 이스라엘식 기술 벤처다. 대통령은 종종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실무 담당 관료들은 대체로 이 방향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길 바란다. 기술 전문가가 대기업 연구원 대신 창업을 택하게끔 유도하는 게 정책 방향이다. 나랏돈으로 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술 창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O2O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요컨대 카카오 식 O2O 사업은 정부 정책 방향과도 엇갈린다.

결국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실패하면, 끔찍하다. '영세 업자 다 죽이더니, 돈도 못 벌었다'라는 비난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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