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역동적인 사회에선 혁명가가 될 수 있지만, 정체된 사회에선 기생충이 된다."
<대타락(The Great Degeneration)>(구세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에서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한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어떻게 제도는 부패하고 경제는 사멸하는가'다. 퍼거슨은 애덤 스미스를 인용하여 "엘리트의 지대 추구(rent-seeking)가 경제와 정치 과정을 좌우할 정도로 '법과 제도'가 타락할 때 나라는 정체 상태에 다다른다"고 썼다.
<대타락(The Great Degeneration)>(구세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에서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한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어떻게 제도는 부패하고 경제는 사멸하는가'다. 퍼거슨은 애덤 스미스를 인용하여 "엘리트의 지대 추구(rent-seeking)가 경제와 정치 과정을 좌우할 정도로 '법과 제도'가 타락할 때 나라는 정체 상태에 다다른다"고 썼다.
사회의 기생충
딱 대한민국을 두고 하는 말 같다. 퍼거슨의 표현으론 "사회의 기생충", 우리말로는 '변레기'인 검사 출신 변호사 홍만표는 확인된 것만으로 오피스텔 123채, 85억 원짜리 빌딩, 30억 원짜리 빌라, 그리고 35개의 아파트 상가 점포를 소유하고 있다. 성남·고양·평택·천안 등 수도권 인근 노른자 땅 곳곳에 그와 그의 부인, 그리고 처남의 탐욕이 미쳤다.
또 검사 퇴임 후인 2011년 9월부터 2013년까지 단 2년 동안의 수임료가 250억 원에 달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법조 게이트와 관련해,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만표는 2014년 방위 사업 납품 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도 선임계 없이 변론했다.
그리고 저축은행 비리 수사 땐 후배 변호사에게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 사건을 넘기고 수임료 절반을 받아갔다. 1조3000억 원대 피해를 낸 '동양 사태'의 주범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사건 역시 선임계 없이 수임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여기에 더해 재벌과의 유착 관계도 드러나고 있다. 홍만표에게 KT가 2억 원, 대림산업은 계열사를 포함해 3억5000만 원을 지급했고, 삼성물산도 3억5000만 원, 한화건설은 3억 원, 삼성테크윈은 2억5000만 원을 썼다.
LG전자 사외이사 홍만표
불법과 부패의 대명사로 떠오른 홍만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재벌도 있다. 홍만표는 2011년 8월 검찰을 떠난 후 3년간 재벌가 김우중의 사위가 회장으로 있는 이수그룹 계열사에서, 지난해 3월부터는 LG전자에서 사외이사를 하고 있다. 이수그룹 계열사 이사회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는데, 매년 2500만 원 안팎의 보수를 받았다. LG전자 이사회에는 100% 참석했다니 엄청난 보수를 챙겼을 것이다.
LG전자는 "사외이사는 각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우수한 분들로 구성이 돼 회사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모니터링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충실한 조언 제공을 통해 객관적인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사들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사전에 검토한 후 이사회에 참석함으로써 회사의 중요한 경영 사항이나 계열사 내부 거래, 경영진의 업무 집행 등에 대해 활발한 의견 개진과 함께 냉정한 평가와 감독을 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LG전자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1인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주주 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엄격한 심사를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 책임이사가 이번에 문제가 된 홍만표다. 홍만표에게 LG전자가 농락당한 것인지 LG전자가 홍만표와 협잡한 것인지는, 재벌들의 연합체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반복적으로 저질러 온 반헌법적 행태를 돌아볼 때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근묵자흑(近墨者黑), 유유상종(類類相從)인 것이다.
사랑의교회 집사 홍만표
아니나 다를까. 홍만표는 대형 교회의 얼굴 마담인 사랑의교회 집사기도 하다. 10년 전인 2006년 11월 25일 기독교도 검사들의 모임인 전국의 36개 지청 검찰신우회가 종교 시설이 아닌 서울고등검찰청 2층 대회의실에서 '2006 전국검찰신우회 연합 예배'를 연 적이 있다. 정교 분리라는 헌법의 기본 가치의 수호자가 종교 시설에서 할 행사를 기독교의 세 과시를 위해 국가시설에서 행하는 헌법 파괴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때 홍만표가 집사로 있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오늘 이 사회의 흐름이 만만치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짐도 있지만 검찰신우회가 지속되는 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체험되길 바랍니다. (…) 하나님의 영광이 여러분을 통해서 회복되길 바랍니다. 오늘날 한국에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 전국 검찰들의 마음을 모으면 이 땅에서 저희들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가 임재하는 일에 도구가 될 것을 믿습니다"고 설교했다. 오 목사 역시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등 여러 가지 비윤리적 행태로 구설에 휩싸인 지 오래다.
재미난 점은 500명이 참여한 이 종교 행사에 당시 국가정보원장인 김승규가 참석하여 격려사를 했는데, 김 원장은 검찰신우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은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형상을 삶으로 반영해야 하며, 복음을 전파해야 함은 물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성남지청장이던 황교안 현 국무총리, 서울중앙지검 안창호 2차장, 김경수 특수2부장, 그리고 홍만표 특수3부장이 참석했다.
정교 분리라는 근대 민주주의의 상식은 물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고 한 예수 말씀의 본뜻도 모르면서 기독교도로 자처하는 고급 공무원들의 수준도 한심하거니와, 홍만표와 같은 수준 이하 기독교도들의 직업이 검사나 변호사 등 법률가라는 점에서 "남 눈의 티끌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 눈의 들보부터 빼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침을 뱉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법률가의 지배
'변레기'는 중앙의 큰 무대에서만 설치는 게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암약 중이다. 알량한 법률 지식과 판검사의 전관 경력으로 범죄자를 비호하면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불법을 조장하는 변호사들이 지천에 널렸다는 말이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책무로 사회 정의 실현과 인권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데, '변레기'들은 사회 정의를 훼손하고 선량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법치(the rule of law)를 훼손하고 법을 이용한 지배(the rule by law), 즉 지배 엘리트들의 지대 추구 체제를 구축하는 '사회의 기생충'으로 전락한 것이다.
퍼거슨은 애덤 스미스를 인용하면서 정체된 국가의 특징으로 "부패하고 독점적인 엘리트들이 자기 이득을 위해 법과 행정 체계를 착취하는 능력"을 꼽았다. 그는 '법치의 적(the rule of law's enemy)'으로 '사회의 기생충'으로 전락한 법률가를 지목하면서 '법률가들의 지배(the rule of lawyers)'를 비판한다.
경제·법조·종교·정치·문화 엘리트들과 씨줄과 날줄로 엮인 홍만표 류의 '변레기'들이 불로소득, 즉 지대를 차지하기 위하여 벌이는 추잡한 이전투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타락하고 퇴보하는 정체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제사학자 퍼거슨의 지혜를 빌리자면, 사회의 기생충으로 전락한 엘리트들의 타락과 퇴보를 동반한 정체된 사회의 다음 단계는 전쟁의 발발과 그에 따른 혁명의 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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