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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책임자 이동관 대변인의 '불통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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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책임자 이동관 대변인의 '불통화법'

[기자의 눈] 촛불도 대책회의도 인정 못하면서 누구랑 소통?

두 달을 이어 온 '촛불국면'에서 청와대의 화두는 '소통'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작은 청와대라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석급' 홍보기획관실을 신설했다. 양적으로만 봐도 현재 청와대 대변인실의 규모를 뛰어 넘는 대규모 조직이다. 그만큼 '불통(不通)'에 대한 위기감이 강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청와대는 더 이상 '촛불시위'라는 단어 안 쓴다"

그러나 그 자신이 '소통'의 책임자이면서도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물갈이되는 '쇄신열풍' 속에서 살아남은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7일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개각 등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변인은 지난 6일 청와대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면담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촛불시위'는 그 분들(대책회의)이 쓰는 용어"라면서 "청와대는 더 이상 촛불시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깃발시위'라는 단어를 쓴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번 5개 부처 장관 합동 담화문에서 이미 '깃발시위'로 규정키로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촛불의 행렬에 국민들은 더 이상 없고, 일부 '선수'들만 남아있다는 일종의 '갈라치기'다. 청와대는 지난 6.10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일반 국민들의 시위참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현재의 촛불시위를 두고 "소 등에 올라타서 정권퇴진운동·정치투쟁을 하고 있는 일부 시위꾼"(강재섭 전 대표), "10% 정도는 시민이고 나머지는 프로들"(홍준표 원내대표)이라고 주저없이 폄하했던 한나라당의 전반적 기류와도 맞닿아 있는 언급이라고 하겠다.

불과 하루 전날 시위에도 대책회의 추산 50만 명(경찰추산 5만 명)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이 대변인은 여전히 촛불집회의 '실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이 대변인은 브리핑 말미에 "오늘은 전부 '온 더 레코드'로 써도 된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7일에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단행된 개각과 관련한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였다. 전날에 이어 대책회의와의 면담이 무산된 상황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찾아온다고 통보했던 분들의 면면을 보면 광우병 대책회의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 아, 대책회의가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광우병 대책회의'를 대표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분들과 대화를 했다는 얘기다."

역시 '광우병 대책회의=선수들의 조직'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언급이다. 물론 광우병 대책회의가 대한민국 국민 전부를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회 과정에서는 대책회의에 대한 이러저러한 불만도 적지않게 제기돼 왔었다. 그렇다고 해도 대책회의는 여전히 1837개(7월6일 기준)의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다. 시민들로부터의 '대표성'도 사실상 인정받고 있다.

결국 지난 이틀 동안 이동관 대변인은 '촛불'이 상징하는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 이번 촛불국면에서 '광우병 대책회의'가 갖추고 있는 최소한의 대표성마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반복해서 보여준 셈이다.

궁금증이 밀려왔다. 청와대는 현실적인 다른 '소통'의 대상을 상정하고 있다는 말일까? 민주당, 혹은 다른 그 어떤 정당이 '촛불'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청와대는 혹시 시민들과의 '직접소통'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게 가능한가? 청와대는 언제부터 '소통'에 그렇게 자신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조바심이 나더라도…

좋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청와대로서도 조바심이 날 만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7%성장론을 내 세우며 당선된 '경제대통령'이 아닌가. 고유가 등 국제적 경제환경 악화에 '인사파동'과 '광우병 파동'이 겹치면서 "도대체 대통령은 어디서 뭘 하느냐"는 비난도 빗발쳤다. 청와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청와대 대변인이 여전히 보이고 있는 이런 '꽉 막힌 인식'은 자칫하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시위'라는 단어도 쓰지 못하겠다는, 대책회의의 대표성마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변인의 태도는 '소통'을 국정운영의 대전제로 삼고 있는 '2기 청와대'와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혹시라도 '홀로 남은' 이동관 대변인은 여전히 '1기 청와대'의 마음가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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