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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대우조선, 그들은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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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대우조선, 그들은 몰랐을까?

단기순이익 높아도 현금흐름은 계속 나빴다

자율 협약 상태로 3년을 넘게 끌던 STX조선해양의 구조 조정이 법정관리로 귀결됐다.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되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수술보다 지원이 먼저'라던 산업은행, 전망이 틀렸다

이제 시장의 눈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쏠린다. 이대로 가면, 대우조선 역시 STX조선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 대우조선이 수 조원 대 부실을 감춰왔던 사실이 드러난 게 지난해 5월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했다. 수술보다 지원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이 내세운 근거는 "대우조선이 2016년 100억 달러 가량의 일감을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빗나간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들어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부실 쌓여도 '적정' 의견엉터리 회계 감사

저가 수주로 매출만 불리다, 부실을 키웠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은 STX조선과 판박이다. 정치권 낙하산을 타고 온 경영진은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했다. 그러니까 실무진은 원가 이하로 수주했다. 일감을 따올수록, 배를 만들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였다. 시간에 비례해서 부실이 깊어진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런 상황이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미래가 어두운 회사이므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다. 주가가 떨어지면 경영진은 교체 압력을 받는다. 새 경영진이 선임되거나, 기존 경영진이 노선을 바꾼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으므로, 이런 정상 회로가 작동하지 않았다. 재무제표가 문제였다. 부실이 쌓이는 동안에도, 대우조선해양 감사를 담당해 온 안진회계법인은 매년 '적정' 감사의견을 내놨다. 부실이 드러난 지난 3월에야 "지난해 추정 영업 손실 5조5000억 원 가운데 약 2조 원을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했어야 한다"며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과거 재무제표가 틀렸다는 말이다. 회사 측 잘못인가,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 잘못인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잘못된 회계자료를 보고 대우조선에 투자했던 주주들은 경영진과 회계법인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계법인, 산업은행, 금융위과연 몰랐나

안진회계법인 측은 과거 재무제표의 오류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부실을 방치하면서 마냥 자금을 쏟아 부었던 산업은행, 이를 감독한 금융위원회 역시 과거 재무제표의 오류를 몰랐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기들 책임은 아니라는 게다.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 회사 측이 작정하고 속이면,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어쩔 수 없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도 이런 경우인가. 그래서 회계법인은 책임이 없나.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회계사들은 분식이 진행된 과거 재무제표만 잘 살펴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금흐름과 단기순이익의 상반된 신호

예컨대 대우조선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4년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2008년에는 4017억 원, 2009년 5775억 원, 2010년 7801억 원, 2011년 7431억 원, 2012년 1370억 원, 2013년 2517억 원, 2014년 719억 원 등이다. 다만 안진회계법인이 2013년과 2014년의 수치는 수정했다. 그래서 각각 마이너스 6736억 원, 마이너스 8302억 원이다. 그래도 2012년까지는 플러스 행진이다.

그런데 재무제표 안의 현금흐름표는 다른 신호를 보낸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 그 이전에는 줄곧 플러스였던 지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다. 미수금이나 외상매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지표가 줄곧 마이너스인데, 당기순이익은 고공행진? 확실히 이상하다.

무능일까, 무책임일까

눈 밝은 투자자, 회계사들은 진작부터 의심을 품고 있었다. 이상한 게 어디 그뿐이겠나. 이렇게 어정쩡한 채로, 7년 가까이 흐른 뒤에야 부실이 공론화됐다.

회사 측이 정말 분식회계를 했는지,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져야 할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법정에서 밝혀질 게다. 그러나 지금 따져볼 수 있는 지점도 많다. 예컨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우조선 주식에 대해 무조건 사라고만 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08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걸 보면서도 말이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재무제표가 이상한 기업에 대해선 소명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관행이 있다. 대우조선에 대해 이런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역시 손 놓고 있었다.

그들은 재무제표 안의 이상 신호를 못 봤던 걸까. 무시했던 걸까. 어느 쪽이건 재앙이다. 전자라면, 무능이다. 후자라면, 무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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