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 주고받았던 이메일 기록을 전부 국무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국무부 감사관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감사관실은 보고서에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부를 떠나기 전에 업무에 사용했던 이메일 기록을 모두 제출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따라서 국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실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제작했거나 수신한 연방정부 기록물을 인쇄한 뒤 국무장관실의 관련 문서들과 함께 보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퇴임했던 2013년 2월 전에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 기록을 모두 제출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2014년 12월이 돼서야 관련 기록물을 제출했다. 이 역시 국무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면담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진상조사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감사관실은 해당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존 케리 현 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등 전임 국무장관 3명을 면담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2010년 국무부의 기록물 담당 관리들이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상관에게 전달했지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과 함께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규정도 위반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마저 무시하면서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이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부 업무 내용을 사적인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아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미국 방송 CNN은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사실상 종료됐지만 이날 감사관실의 보고서가 향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과 관련해 과거에 내놓았던 설명이 한층 복잡해졌다"며 클린턴 전 장관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에서 기밀문서가 적절히 다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독립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상당 기간 '이메일 스캔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운동본부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보고서는 국무부의 전자기록물 보존 체계의 문제점이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기록을 적절하게 보존하고 공개하기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분명히 이 보고서를 정파적인 목적으로 왜곡해 표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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