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은 한때 세계 4대 조선소 가운데 하나로 꼽혔었다. 그러나 조선업계 불황과 함께 급격히 몰락했고, 지난 3년 동안 채권단과 '자율 협약' 방식으로 구조 조정을 진행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건, '자율 협약'이 종료된다는 뜻이다. '자율 협약' 방식 구조 조정의 실패 사례로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에 남아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손실을 떠안게 된다. 결국 또 국민의 부담이다. 대량 실업도 예상된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자율 협약' 방식 구조 조정의 실패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 조정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채권단과 '자율 협약' 방식으로 구조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하지만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 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투명성 및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종종 나왔다. 부실 기업 경영진과 채권단이 서로 적당히 책임을 덮어주는 식으로 구조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커질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학교 교수) 등은 '자율 협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고 주장해 왔다. (☞관련 기사 : "법적 근거 없는 '자율 협약', 대기업이 남용")
일정 앞당긴 금융위, 조선 산업 구조 조정 속도 높일 듯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채권단에서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실무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장 자율 협약 종료 및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결정은 내려졌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안에 STX조선해양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일정이 앞당겨졌다. 금융 당국의 상황 인식이 그만큼 엄중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성동, 대선, SPP조선 등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 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업체 가운데 일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선업계의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자율 협약을 진행했지만 경영 상태는 악화 일로였다. 채권단에서 4조5000억 원대의 지원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 잠식 상태다.
STX, 5조9000억 원 빚 안고 무너지나
법정관리로 갈 경우,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채무 탕감 등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사가 청산된다. 어느 쪽이건 채권단에 남아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큰 손해를 본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진 빚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걸 날릴 수 있고, 국책 은행은 또 부실해진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어떤 방식을 쓰건 국민 부담이다.
약 2조 원대 규모로 알려진 선수금환급보증(RG) 역시 골칫거리다. 조선업체가 선박 제작을 주문받으면, 선주로부터 선박 가격 일부를 미리 받고 보증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이 'RG(Refund Guarantee)'다. 선주가 선박 제작을 취소하면, 보증금을 선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는 선박 제작을 취소한다. 이 경우, 선주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은 채권단이 부담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강덕수 '샐러리맨 신화', 지저분한 결말
1967년 동양조선공업으로 출발해 2001년 STX그룹이 인수한 STX조선해양은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2008년 9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 조선소가 됐다. 하지만 그 뒤, 수주 물량이 확 줄어들면서 고꾸라졌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지저분하게 끝났다.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한 강 전 회장은 2001년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 최대 주주가 됐다. 평사원이 오너가 된 드문 경우다. 이후 그는 회사 이름을 (주)STX로 바꿨다. 그는 2001년 대동조선(STX조선해양),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 등을 인수하며 10년 만에 재계 14위 그룹을 일궈냈다. 그러나 그게 정점이었다. STX팬오션에 이어 STX조선해양까지 무너졌고, 결국 채권단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강 전 회장은 2013년 7월 그룹을 떠났다. 이후 검찰은 횡령 등의 혐의로 강 전 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정관계 로비에 썼다고 봤다.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강 전 회장 측은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만 1800여 통을 쓰는 등 활발한 구명 활동을 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당시 강 전 회장을 '몰래 변론' 했다는 주장도 최근 나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