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은 지난달 계기수업(정규 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 당시 전교조가 발행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4.16교과서)'를 사용한 대구호산고등학교 강성규(41) 교사에 대해 전국 처음으로 '경고' 조치하라는 공문을 지난 17일 보냈다. 교육청은 공문에서 "교육부가 교육자료 부적합·사용금지 조치를 내린 교육자료를 수업에 활용할 것"을 징계 이유로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23일 학교장으로부터 교내 행정처분인 '경고장'을 받았다. 이처럼 세월호 교과서 사용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사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대구가 처음이다.
당초 교육청은 해당 교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학생들과 전교조 등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경징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교육청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11일 이후 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호산고 학생들과 시민들의 글 수 십여개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호산고 강성규 교사는 "왜 같은 행동이 다른 지역에서는 이해가 되고, 여기서는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 교육청이 시야를 넓혀 반성해야 한다"며 "징계를 남발해 교육 현장을 침묵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연주 대구교육청 대외협력 주무관은 "세월호 교과서를 사용한 점에 대한 교육부 지침에 따른 징계"이며 "방침을 따랐을 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손호만 전교조대구지부장은 "대구교육청이 학습권, 교권을 침해했다"며 "호산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교조대구지부와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징계 철회와 교육청의 사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동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강성규 교사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문학수업 '연극대본쓰기' 시간에 호산고 2학년 11개 반 학생을 대상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와 노래를 소개하고,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방식의 계기수업을 진행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달 해당 교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5월 11일 아침 자습시간에는 교육청에서 장학사와 감사관이 나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수업 방식, 동의 여부 등을 물었다.
한편 전교조는 오는 6월 23일 전국적으로 세월호참사 800일 추모 행사를 가진다. 대구에서도 전교조대구지부와 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가 함께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