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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수 청장은 반드시 파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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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어청수 청장은 반드시 파면해야"

[인터뷰] '거리의 여전사' 이정희 의원 "국민만 믿고 간다"

쇠고기 정국으로 인해 국회가 열리지 못해 18대 국회의원들의 활동은 발이 묶여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경찰에게 강제 연행되면서 일약 '거리의 정치'의 상징이 됐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은 민노당 내에선 '기대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민노당은 입당한 지 석 달 남짓한 이 의원을 원내부대표로 선임했을 뿐더러 재경 관련 상임위에 배치키로 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4년 전 시작했던 그 자리에 터를 잡은 셈이다.

서울대 총여학생회장,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의 경력으로 경찰과는 '인연(?)'이 많은 편이지만 지난 24일 경찰의 강제연행에 대해선 "의원한테도 이럴 정도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떠할지 몸으로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청수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는 각종 동영상과 사진 자료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경찰버스에 자진 탑승했다"는 주장을 아직 굽히지 않고 있다.
▲ 민노당 안팎에서 이정희 의원에게 거는 기대는 만만치 않다ⓒ프레시안

이 의원은 "최근 경찰의 폭력적 시위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워 최소한 어청수 청장만큼은 파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의 강경대응 기조가 '윗선'에서 내려온 것일뿐더러 어 청장의 문책은 정부 입장에선 '일보 후퇴'가 분명한 만큼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에 이어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대한 폭행논란이 벌어지는 등 경찰의 태도는 오히려 강경해졌다. 서울경찰청은 "최루액과 색소를 섞어 물대포를 분사할 수 있다.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

고시 강행 이후 정부와 보수 진영의 총공세 그에 대응하는 시위의 과격화는 어쩌면 정부가 바라는 그림 일지도 모른다. '분산→고립→공격→섬멸'은 이른바 공안정국의 전형적 로드맵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참 쉽지는 않은 문제다. 국민들이 스스로 촛불항쟁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격렬해지지 않게 자제한 것도 시민의 힘이었고 만약 격렬해진다면 그것도 시민의 힘이다"면서 "정치라는 게 선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토론하고 같이 결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중한 태도도 엿보였다. 그는 '민노당의 정권 불신임 운동이 정권퇴진 운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논의가 더 필요하고 국민들의 뜻을 따를 것이다"고만 답했다.

등원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당연하게 등원까지 다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관되게 '등원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등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에 이어 민주당마저 등원한다면 민노당에게도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의원은 쇠고기 정국 이후에도 한미FTA 정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통상절차법 등 통상관련 사안, 현 정부가 '선진화'라고 표현하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핵심적 과제로 안고 갈 것"이라고 전했다.

민노당 입장에서 '심상정의 빈 자리'를 메꾸는 과제를 부여받은 데 대해 이 의원은 "진보진영에서 의회 내 재정경제 분야에서는 나밖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상태"라면서 "심상정 선배의 성과에 기초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절 북미관계에 천착해온 이 의원은 "현 경제상황을 극복하려면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게 어디서 나오겠냐. (북한이) 현실적으로 좋은 시장이기도 하고 중소기업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침 TV 화면으로 북한의 핵 냉각탑 폭파 장면을 지켜보던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비핵개방 3000'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 비핵도 됐고 미국과 관계도 호전됐으니 3000만 남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6월 항쟁이 벌어진 1987년 대학에 입학했고 '촛불항쟁'이 벌어진 2008년 정치인이 된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사회 문제에 첫 눈을 뜬 대학 1학년 때, 변호사 생활을 접고 정치인으로 새 발을 내디딘 2008년 6월 항쟁과 촛불항쟁을 겪어서 너무 고맙다"면서 "국민의 힘, 시민의 잠재력 세례를 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의석이 몇석이냐를 떠나 지난 50여 일 촛불 정국에서 당이 국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적이 없다"면서도 "국민의 힘, 의회 바깥의 힘과 의회 안의 힘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는 민노당에게는 지난 4년 전에도 똑같이 주어졌던 환경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괴리를 그다지 잘 풀어내지 못했다는 데는 당 안팎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착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이 의원을 포함한 다섯명의 민노당 의원들이 이 오래된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다음은 27일 오후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어청수 청장만은 꼭 파면해야 한다"
▲ 24일 강제연행으로 이 의원도 '거리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지난 24일 강제연행 상황은 많이 보도 됐지만 간략하게 다시 한 번 전해달라

이정희: 24일 나는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앉아 있다가 경복궁역에서 시민들이 걸어오려고 하는데 길이 막혀서 못 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복궁역에 도착해 보니 이미 (시민들은) 연행되어 있었다. 그때 12살 짜리 아이가 경찰 버스 안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미 버스가 움직이려 하더라.

버스 주변에 있는 경찰들한테 의원 신분임을 알리고 '왜 시민들을 연행하는지, 왜 보행을 막고 있는지' 얘기하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나서서 버스 앞을 막고 나섰다. 하지만 남자 경찰들이 나를 떼어냈고 시민들이 항의하니까 여경 5명이 나를 버스 안으로 끌어당겼다. 버스 안에서 "국회의원까지 태우냐"라며 계속 항의했는데 경찰들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프레시안: 경찰 입장에서 현장이 혼란스러워 모르고 태웠다고 이해하더라도 버스 안에서 신분을 확인했으면 석방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정희: 밖에서 있었던 분들 말에 의하면 경찰이 (계속 국회의원이라고 하는데도) "일단 태워"라고 말했으며, 정보과 형사가 왔다가 그냥 갔다고 한다. 경찰이 우리 측 사람한테 은 "국회의원인데 구속영장까지 (발부하겠냐)"고 얘기하기도 했단다.

프레시안: 서울경찰청 차장이 26일 오후 사과방문 온 것을 봤는데, 그 이후로 연락 없었나?

이정희: 전혀 없었다. 사과할 뜻이 전혀 없어 보였고, 26일 오후 어청수 경찰청장이 "제 발로 탔다더라"고 기자들한테 말했다. 서울경찰청 차장은 약속 시간도 어겼고 아무런 진상 조사도 안돼 있더라. 우리는 경찰청에 사실 관계 확인을 자료 제출 공문을 보냈다. 자료가 오는 대로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지 볼 것이다.

프레시안: 국회의원인데도 잡아간다는 측면도 있지만 의원한테도 이 정도면 일반 시민들한테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는데. 어쨌든 이 의원 경우엔 동영상 등 증거가 확고하게 있으니까….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이정희: 불법적인 통행차단과 경찰의 과도한 연행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공권력 집행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또 그날 강제연행은 국회의원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어청수 경찰청장을 적극적으로 파면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폭력 진압과 인권유린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다.

프레시안: 이영순 전 의원도 이전에 경찰 방패에 맞았다가 유야무야 넘어갔는데. 어청수 청장이 파면될까? 청와대에서 강경대응 기조가 내려온 것이고, 정부 여당 쪽에선 청장을 파면하는 것이 자기들 정당성이 흔들리는 것이라 버티고 나갈 것 같다.

이정희: 쉬울지 어려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른 야당들과도 공조해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촛불집회가 50일이 넘어섰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나.

이정희: 내가 큰 분석을 할 능력은 없지만 정말 놀랍다. 사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언젠가 시민의 힘이 우리의 사회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과연 언제일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이런 안일한 생각을 뒤엎고, 10대가 나서는가 하면 시위가 발랄하고 유쾌해졌다.

프레시안: 민주노동당과 촛불을 연결시켜 볼 때 강기갑 의원이 스타가 되기도 했는데 성과와 한계는 어떻게 짚어볼 수 있을까?

이정희: 촛불 초기 17대 의원들이 청계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는 동안 그 이전에는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당장 몇 석이 나오고 선거 결과 어떻게 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진지하고 진심으로 일해 왔던 분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잊지 않고 계시는구나' 하는 고마움과 믿음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 안의 한계는 여전히 있다. 사실 야 3당 공조도 우리가 끌어온 측면이 있다. 국민이 끌어주셨고, 우리는 국민의 뜻을 대리해서 이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세가 그리 크지는 않다. 한나라당에 막혀 있고, 한계라고 하면 이것이 국민의 (의회) 바깥의 힘을 안의 힘과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의 변화 필요하다.

"등원 가능성? 당연히 열려있다"

프레시안: 정부의 고시 강행 이후 일부 언론이나 여권에서는 '촛불 집회가 폭력화 됐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있지만 격앙됐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지만 '이명박도 싫지만 이젠 피곤하다. 시위가 격렬해지니까 내가 나서긴 꺼려진다'는 식의 기미도 보인다. 정부나 일부 언론은 이 틈을 벌리려 하지 않을까.

이정희: 쉽지는 않은 문제다. 촛불 항쟁을 시작한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그것을 격렬해지지 않게 자제한 것도 시민의 힘이고 만약 격렬해졌다면 그것도 시민의 힘이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 정치라는 것이 선을 정해 놓고, 길을 정해 놓고 가는 것보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을 읽고 토론하고 같이 의논하고 결정하는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하지만 전술적으로 대응기조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같은 경우 "모든 것은 정부 잘못이다. 하지만 폭력 집회는 잘못 됐다,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 주장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민노당의 경우 17대 의회에서 비정규직 법안 때 '의석까지 버려야 된다'는 강경파, '우리가 의석을 버린다고 뭐가 되나. 마이크만 잃는다'는 온건파들이 맞섰지만 그 의견이 통합되지 못하고 다른 흐름으로 병렬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8대의 경우 이번 정국이 첫 시험대일수도 있는데?

이정희: 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어딜까?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런 분리에 대해서 느끼지 않고 있다. 아주 부드럽게 나가야 할 때가 있고 강경하게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등원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데 일관되게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국회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가축전염병예방법이 됐든, 민생 문제와 관련된 여러 법안이 됐든 해결되면 들어가야 하고 또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프레시안: 자유선진당이야 이미 입장을 정했고 민주당도 곧 들어가지 않을까? 민주노동당만 혼자 장외에 남으면 의미가 떨어지니까 전술적으로 고려할 때 등원 가능성은 열려있단 말인가?

이정희: 그렇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려있다. 촛불 집회하고 시청 농성 중에도 상임위를 준비하고, 민생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다수당이 들어가 있고, 민주당이 들어가 있으면 들어가야 한다. 한나라당 주도로 두면 안 된다.

프레시안: 민노당 안팎에서 정권 신임, 불신임 운동 이야기도 나온다. 정권퇴진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이정희: 퇴진 운동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 현실의 목표로 정하려면 '지금 (퇴진) 시킬 것'인가도 문제고, 또 시청 광장의 촛불 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논란이라기보다는 같이 의논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시민들이 들고 온 피켓에 "2MB, 넌 아무 것도 하지 마" 이런 것이 있는데. 못 믿겠다. 이게 바로 불신임 아닌가?

프레시안: 전술적으로 국민투표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퇴진 운동까진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하나?

이정희: 일단 정부 정책의 전반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들을 완전한 포기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문구를 보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포기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프레시안: 현재 상황하곤 좀 동떨어져있는지 모르겠지만 원내 전략에 대해 어떻게 보나? 17대에선 '거대한 소수' 전략이었다.

이정희: 원칙으로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당과 원내가 분리되지 않을 것이다.

"심상정 대표보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 '심상정 대표를 뛰어넘으라'는 기대는 이 의원에게 부담일까?ⓒ프레시안

프레시안: 4년 전의 경우 권영길, 천영세로 이어지는 원내지도부는 장외 정치경력도 많고 여당 의원들한테 큰 소리 칠 만큼의 상황도 됐다. 하지만 강기갑 원내대표가 인지도가 높아졌어도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차이를 어떻게 메울까?

이정희: 국회 시작한 지 한 달쯤 됐다. 아직 어려움 못 느꼈다. 우리가 야3당 공조를 끌어왔다. 국민 뒷받침이 없었다면 못 끌었을 것이다. 중점을 가지고 이것만큼 해야 겠다고 한다면 꼭 해낼 것이다.

프레시안: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이정희: 일단 광우병 문제와 관련해서 통상절차법이 있고, 한미 FTA도 내년 상반기까지 쟁점화 될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라고 표현되는 민영화 공공서비스 몰락, 이 정도가 있다.

프레시안: 쇠고기,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교육 자율화반대 등 이른바 5대 의제와 겹치나

이정희: 그렇다. 상임위도 권영길 의원이 교육, 강기갑 의원이 농민, 홍희덕 의원이 노동, 곽정숙 의원이 복지 내가 재경 쪽으로 나눠진다.

프레시안: 이 의원은 원내부대표에다가 재경쪽을 맡으니 진보신당의 심상정 대표하고 비교 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그 자리를 채워주길 기대할 텐데.

이정희: 심상정 대표는 훌륭한 선배다. 어떤 방식으로 의정활동 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따뜻한 분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진보 진영에서는 재정경제 파트에서는 나밖에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심 대표의) 성과에 기초해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지금 북한의 핵 냉각탑 폭파가 진행되고 있지만 발전 전망은 남북 간 경제협력에서 나올 수 있다 생각한다. 경제 상황을 극복하려면 내수 진작이 필요한데 어디서 나올 것이냐? (북한은) 현실적인 좋은 시장이기도 하고 협력관계이기도 하고 중소기업에게는 하나의 희망이다.

프레시안: 통일 문제와 재경 파트를 연결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와 관련된 모델은 다양하다.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 같은 경우에도 그런 그림이 대선 공약이었다. 구체적 모델은 뭘까? 이명박 정부라는 환경을 감안할 때.

이정희: 현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을 얘기했다. 이제 비핵도 되고, 개방도 됐으니 3000만 남았다. (웃음) 10.4 선언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 협력, 원자재, 광물 수입 등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도 그렇다.

프레시안: 통미봉남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정희: 북한이 비핵 개방이 되어서 이제 통미봉남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관계개선을) 계속 미루면 평화와 번영의 시점을 자꾸 미루는 것이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나아가야 한다.

프레시안: 북미 관계가 전공 분야인 걸로 알고 있다. 그것과 연결시키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재벌 문제, 비정규직 문제도 있고, 시장주의가 전면화에 대한 대응 등 할 일이 많은데 외부의 어떤 전문가 그룹들과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이정희: 외부의 진보적인 경제 정책 전문가들하고 교류를 하고 나도 배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서민들, 노동자들 목소리는 내 가슴 속에 있다. 그분들을 대변할 수 있는,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프레시안: 당에서 중앙당 슬림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에 정책위나 연구소가 정파적 문제도 있긴 했지만 정책 역량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역량이 약화되는 것 아닌가.

이정희: 담당하던 분들이 많이 나가면서 정책 기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당직자로 채우는 방법이 있고, 당 밖의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는 네트워킹 방식이 있다. 당에서 지금은 두 번째를 생각하는 것 같다.

"착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프레시안: 당 대표를 곧 선출할 것 같은데 민노당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이정희: 당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원칙적인 나아갈 바를 찾았다고 본다. 꾸준하고 진지하게 자기 일을 항상 국민과 함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당 안에는 이명박 정부와 촛불정국을 돌파할 투사형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분당 사태도 있고 향후 진보 대연합을 이뤄야 하므로 국민에게 쉽게 다가갈 통합형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던데.
▲ 이 의원은 "정치인이 되고 나니 아이들이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는다"고 말했다ⓒ프레시안

이정희: 진보 세력을 아우른다는 것은 투사형하고 분리된 것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민주노동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대표를 할 사람이면 어떤 형이나 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나라당하고 맞설 때는 투사 중의 투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원론적 이야기에 불과하다. 민감한 문제라 피해나가는 것인가.

이정희: 내가 원래 그렇다. 변호사를 10년 했는데, 의뢰인 만날 때는 친절하고 같이 의논하고 마음을 통하고 해야 하지만, 검사하고 싸울 때는 얼굴 붉히면서 삿대질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프레시안: 민노당 의원들을 보면 예전에도 민감한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이야기를 피하다가 나중에 보면 다 정파적으로 판단, 행동해서 지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 때가 많았다.

이정희: 내가 말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다. 내 인생관일 뿐이다. 국민들과는 더없이 따뜻하게 지내야 하고, 싸울 때는 강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말씀드린 것뿐이다. (웃음)

프레시안: 정치인이 됐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들어왔나. 비례대표의 경우 '4년간 경험하고 내 지식을 쏟아놓는다'는 전문가 그룹과 본격적 정치인으로 전화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정희: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인생을 바꾼 거니까.

프레시안: 장기적으로 이 길을 갈 것이란 결정을 했다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이정희: 그냥 그대로 말하자면 착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아주 열심히 진실하게 일한다"라는 말을 듣는 정치인.

프레시안: 질문을 잘 피해 나가는 것이 관료 비슷한 느낌도 든다(웃음)

이정희: 내가 그랬나. 구체적인 쟁점이 있다면 견해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가령 리더십과 민노당 나가야 할 바 등에 대해선 아까 말했던 것이 정말 내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민주노동당이 잘 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1987년에 대학 입학한 것으로 아는데 그 때는 6월 항쟁이 있었고, 올해는 등원 첫 해인데 촛불 항쟁이 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정희: 개인으로 그 당시는 사회 문제의 첫 눈을 뜰 때였고, 지금은 변호사 생활을 접고 정치인으로 새 발걸음을 떼는 때이다. 6월 항쟁과 촛불 항쟁을 겪게 돼서 개인적으로 고맙다. 국민의 힘, 시민의 잠재력의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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