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의 세월호'로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일시적인 불매운동 차원을 넘어서 정부의 책임과 제도 정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피해자 모임의 법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인 창립 총회를 열고 "피해 보상과 권리 구제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면 모임을 안정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모임은 창립선언문에서 "'가피모'는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생명이 짓밟히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힘써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며 "내부 조직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적 활동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 수사로 가해 기업의 실상이 드러나고 책임자 색출이 이뤄지지만 가해 기업의 태도는 도도하고 정치권의 대응도 미진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진실 왜 덮으려고만 하나요',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가족 살려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과 국회 청문회 개최, 특위 설치 등을 요구했다.
모임은 법인이 만들어지면 피해구제 해결책 마련에 필요한 전략을 짜고, 진상규명을 비롯해 가해 기업의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행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로 사건이 공론화한 지 5년째를 맞는 오는 8월 31일 피해자 추모 대회를 여는 등 추모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총회에는 '세월호 4·16 국민연대' 관계자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 등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가피모 "환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
아날 가피모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독성물질 승인·방치한 국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발 대리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맡았다. 민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공동 대리인단(단장 황정화 변호사)은 내일(23일)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함께 고발장 접수 전 고발 취지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주요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GH('세퓨' 제품 주성분), PHMG(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제품 주성분), CMIT·MIT(애경 제품 주성분) 등 유해독성물질을 법령에 따른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용 승인하고, 위험성이 확인된 후에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도록 그대로 방치해 수많은 국민들을 사망, 상해의 결과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민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동 대리인단은 "국가는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하는 헌법상 의무가 있고,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해서는 '유해화학물질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항시 파악하고 국민건강의 위해를 예방해야할 책무'를 부담한다"고 상기시켰다.
또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그 책무위반은 단지 도덕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법규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성분의 유해성 심사 당시 그 용도나 노출 경로가 '흡입'임이 분명히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료를 전혀 제출받지 않은 채 심사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동대리인단은 "중대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책임지는 자세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이에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고발을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여러 차례 놓쳤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94년도에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제조될 때, 제대로 된 화학물질 점검과 평가와 규제 대책이 있었다면 이런 참담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2006년도에 임산부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확대될 때,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괴질환의 원인을 바이러스로 추정하고 말았고, 2012년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정부는 이 사건을 최소화하고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만 급급해 왔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정부가 그 직무유기와 은폐축소에 대해 국민과 피해자들에 정중히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제1의 사명으로 하는 정부임을 분명하게 재천명해줄 것을 촉구한다"로 말했다.
심 대표는 "전면적인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제도 개선까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점검하고 가야 한다"면서 "그러지 못하면 제2의 세월호 사건, 제2의 가습기 사건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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