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게도 정치적 중립을 외치며 사퇴했던 황전원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다가 복귀했다. 사실상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 세력 덕분이다. 새누리당 현 의석수는 146석이지만 탈당한 새누리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150석을 훌쩍 넘긴다. 과반 의석으로 19대 국회를 좌지우지해왔던 새누리당은 마지막까지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에 재를 뿌렸다. 세월호 사태를 대하는 19대 '친박 국회'의 적나라한 '피날레'다.
황전원 전 위원은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총간사를 지냈고, 2007년에는 박근혜 경선 후보 공보지원 총괄 부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친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그가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야당 추천 및 유가족 추천위원들을 겨냥해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삼류 정치 뺨치는 저질 드라마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일 "특조위가 대통령을 수사할 때 여당 추천위원 전원 사퇴" 방침이 적힌 문건이 공개됐다.
그는 작년 11월 23일 사퇴를 선언했고, 12월 14일 세월호 1차 청문회가 열린 다음 날, 새누리당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이었다.
특조위원을 사퇴한 직후 출마선언을 한 것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비난이 일자 황 전 특조위원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선거에 나설 생각이 애초에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특조위원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 의원(김태호)이 출마하지 않게 되면서 변수가 생겼고 그에 따라 결심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일말의 회한도 없는 것 같았다. 정치공학적 고려만이 그의 머릿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황 전 위원은 지난 1월 갑작스레 출마 포기를 선언한다. 당시 김해을 지역 유력 새누리당 후보였던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후보의 공천이 유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 그를 새누리당은 총선 전인 지난 3월 재추천했다.
4.13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해 압승을 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까? '몰염치', '안하무인' 새누리당의 이 같은 행동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는 황 전 위원 등이 사퇴를 표명할 때 "대통령에 대한 조사 착수는 정치적 중립성 의무에 위반된 것"이라며 "특조위의 일탈과 월권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황 전 위원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이력을 갖고 있는가?
새누리당은 일관되게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훼방하고 유린했다. 150석 이상 거대 여당일 때 새누리당은 무소불위였다.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자. 총선 패배 후에도 이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세월호 특조위가 오는 6월까지 그동안 재정이 150억 원 정도 들어갔고,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다"며 세금 낭비를 걱정했다. 사실상 국회에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19일 황 전 위원을 특조위에 재진입시킨 본회의 결과는 그런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따른 결과가 아닐까?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동개혁법이 무산된 것을 가지고 청와대 고용노동수석이 눈물을 보였다.
아마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파견법은 19대 국회를 끝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현숙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기자실을 들러 "노동개혁 입법은 여야의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갇혀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19대 국회에서 그대로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며 울먹였다. 그러나 노동법은 20대 국회로 넘기면 된다. 20대 총선 결과를 봐도 그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뤄진 고위 공직자의 기자실 '퍼포먼스'가 불편한 이유다.
정치가 어루만져 줘야 할 세월호 유가족들도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19대 국회가 최악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들은 과반 의석을 갖고 마지막 힘을 다해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켰다. 마지막까지 보인 '친박 국회'의 전횡을 20대 국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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