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 조합원은 <프레시안>의 오랜 필자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등의 코너를 맡아왔고, 2011년부터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한 글만 수십 편을 게재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이라는 연재를 게재하고 있다. <프레시안> 기자가 환경 보건 관련 기사를 쓸 때 자문을 구하는 보건 전문가이기도 하다.
안종주 조합원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처음 눈여겨봤을 때는 지난 2011년이다.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임신부 폐 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다. 폐 손상의 원인은 의료진이 의심했던 바이러스나 세균도, 질병관리본부가 의심했던 감염병도 아니었다. 충격적인 발표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피해 규모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였다.
안종주 조합원은 2011년 9월 6일, <프레시안>에 기고를 썼다. <사람 잡는 폐 질환, 당신의 가습기를 의심하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폐 질환, 당신의 가습기를 의심하라!)
안종주 조합원은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해왔다. 그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전념했다. 2013년 7월부터 전국을 돌며 피해 실태 조사를 하고, 피해자들과 대책 회의도 하고, 1인 시위도 했다.
안종주 조합원은 실태 조사를 하면서 수백 명의 피해자들을 만났다. 누가 돈을 지원해준 것도 아니다. 자비를 털어서, 때로는 3박 4일씩 외박을 하면서 서울, 수도권 남부, 대전, 울산, 경남, 부산 등 전국 곳곳에 있는 피해자들을 만났다. 왜 그렇게까지 고생했느냐고 물어 보니 '외면할 수 없어서'라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계속 눈물을 흘리시는 피해자 가족이 한두 분이 아니었죠. 그래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우울해졌어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굉장한 분노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우울한 상태에 빠지기도 해요. 조사하는 동안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피해자를 많이 만나다 보면 '이 사람을 위해서 내가 바쁘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자주 만나다 보니 추억도 쌓여 갔다.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매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린이들에게 '일일 산타'로 활약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산타'로 기억하는 것은 안종주 조합원에게 큰 보람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이 2015년 5월 영국의 옥시 본사를 항의 방문했을 때는 말없이 비행기 값을 보태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공동 집회를 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가습기 피해 어린이와 환경산타의 크리스마스이브!)
"친구들이랑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 어떻게 보상할까요?"
5년이 넘는 싸움 끝에, 정치권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국회는 청문회와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 가족들과 함께 이 문제에 매달려온 환경보건시민센터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안종주 조합원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많다는 얘기다.
앞으로 과제로 안종주 조합원은 "옥시를 포함한 관련 기업 처벌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 '김앤장'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돈만 주면 심각한 범죄도 무죄로 만들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을 바로잡을 제도적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징벌적인 손해 배상 제도나 집단 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게 아니라,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나 집단 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기업들이 잘못 걸리면 거덜 나겠다고 해서 앞으로는 철저히 제품을 만들고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피해 보상 범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증 폐 손상'만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기관지염이나 다른 장기에 손상이 간 피해자들도 보상해야 한다"면서 "또 육체적 건강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사회가 보살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가계가 파탄 나거나, 자녀가 몸이 약해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요. 한창 말 배울 때, 두세 살 때 엄마가 죽고 아버지는 돈 벌러 나가니까 언어 장애가 와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오랫동안 호흡기를 달고 살아서, 학교도 늦게 가고, 학교 가서도 제대로 오랫동안 못 있고, 친구들이랑 뛰어놀지도 못하는 아이도 있고요. 그런 것들은 보상할 방법이나 제도가 없는데, 그런 것까지 사회가 보살펴줘야죠."
안종주 조합원은 또 "폐 이식을 받은 사람, 받아야 할 사람,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평생 간다"면서 "한 번 치료비 주고 끝낼 게 아니라, 국가가 건강 문제를 책임지고 돌봐줄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주 조합원은 "피해자 가족들과 20대 국회의원들을 만나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 '사회적 기구 설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면서 "공익 기구에서 유해 화학 물질을 감시해서 필요하면 소비자나 국민에게 정보를 주고 소통하고, 일상적인 피해자 지원과 연구 등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프레시안>에 대해서 그는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파헤쳤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밑바닥에 숨어있던 아직까지 덜 알려진 이야기나, 검찰 수사 계기로 해서 새롭게 조명할 얘기, 방향을 잘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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