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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기의 조선업, 바닷바람으로 살릴 수 있다

[초록發光] 형평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 개혁

최근 해운과 조선업의 구조 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혹자는 지난 1997~98년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니 지금은 퍼펙트 스톰 전야라고 해야 할 상황인 듯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이들 산업의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재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기업 경영진의 무책임과 비전문성, 그리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보신주의에 안주했던 정부의 소극적 대응 방식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이들 산업의 위기에는 세계적인 조선, 해운 업계의 불황이라는 외적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산업 적응 역량 강화를 소홀히 했던 경영과 관리의 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소위 글로벌 무한 경쟁 체제에서 기업의 의사 결정은 전문적 지식과 고도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재벌은 경영권의 세습을 통해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족원에게 과도한 경영 전권을 부여하여 전문적 경영은 고사하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오너와 측근들이 전횡을 일삼고 경영주의 사익만을 극대화 하는 도덕적 해이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번 구조 조정 과정에서도 일부 부실 기업의 경영진은 수십억의 보수를 받아 챙기는 것은 물론 채권단 자율 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자녀들과 회장님의 주식을 모두 판매하여 경영가의 손실을 줄이는 꼼수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실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회생 혹은 퇴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경영 개입과 자금만을 투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자체가 부실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기왕에 발생한 위기에 대한 해법도 대단히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파견법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실업 대책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대량의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양산할 뿐 노동 안정성과 구조 조정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상식적으로 해운과 조선 업종에서 일하던 현장 노동자들이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의해 창출되는 의료 산업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구조 조정을 위한 재정 투입 및 양적 팽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필요한 돈은 얼마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 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지난 경험과 같이 부실 기업의 경영진과 합병사만의 이윤만을 극대화시켜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 산업인 철강, 조선, 석유 화학과 같은 중화학 공업은 197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국가 대표 산업임에는 틀림없다. 바로 이들 산업을 통해 우리의 경제는 '산업 심화'에 성공했으며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주변 국가에 머물지 않고 중간 생산자 반열로 도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신흥 산업 국가의 급격한 성장은 시장의 과잉을 초래하였으며 이에 따른 산업 구조 조정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특히 이들 산업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서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산업계와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미온적이었으며 오히려 이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특혜(예, 싼 산업용 전기 가격)와 기업의 무책임한 투자(예, 전기로의 증설)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국가 온실 기체(온실 가스) 감축 목표 설정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2015년 초에 국가 온실 기체 감축 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mmittment)에 대한 산업계와 시민 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Post-2020 민관 합동 검토반'을 운영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 단체와 전문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망이 과대평가되었음을 강하게 문제제기 하였지만 정부는 산업계의 장밋빛 전망만을 수용하여 에너지 수요 전망과 온실 기체 배출 전망을 결정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건설업의 경우 정부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3%포인트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국내 건설 경기의 둔화와 향후 대규모 SOC 건설 사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전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적 의견이 최종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건설업과 연동되는 시멘트와 철강 산업(주로 전기로)이 성장이 감소되던 추세에서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전망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과대전망이 단기적으로 기업의 온실 기체 감축 의무를 경감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가의 장기적 산업 구조의 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정부와 산업계의 전망은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미 그 정당성을 잃고 있다. 2015년 10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67명의 건설 업계 전문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국내 건설 시장의 중장기적 전망에 대해 "완만한 성장세" 혹은 "현재 규모 유지 후 확대"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각각 7.5%와 1.5%에 그쳤다.

나머지 91%의 건설 전문 경영인은 "정체", "축소" 혹은 "현재 규모 유지 후 축소"라고 응답함으로써 국내 중장기 건설 시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산업의 경우 현대제철, 포스코, 동국제강 등이 이미 전기로의 폐쇄와 인수, 합병을 결정하였고 자체적인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화 산업 역시 자체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부문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 체제 하에서 산업의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쩌면 경쟁적 시장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일 것이다. 산업의 적응이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어떤 적응 즉, 구조 조정을 할 것인가?

우선 산업 구조 조정은 경영인 혹은 정부의 산업 정책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정책 자금을 통해 기업 경영자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결과를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윤은 경영인이 취하고 부실 경영으로 인한 손해는 노동자와 국민이 부담하는 즉, '편익의 개인화 그리고 비용의 사회화'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직 노동자들의 교육과 재취업 그리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에 자금이 흘러들어가야 사회적으로 형평한 구조 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재편함으로써 경제 개발과 환경의 보존이 공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조 조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보다는 여러 중소기업들이 공존하는 분산적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 그리고 에너지 집약 산업보다는 에너지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는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환경을 보존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산업은 이와 같은 지속 가능한 산업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조선업과 같은 기존 산업의 경우에도 LNG나 석유 수송선 보다는 해양 부유 풍력(floating wind turbine) 개발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 조정의 한 예일 수 있다.

고통 분담,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매각과 노동자의 해고라는 편리한 방법으로 구조 조정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형평한 지속 가능성(just sustainability)'의 원칙 아래 산업 구조의 개혁이 진지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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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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