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2일부터 1박 2일간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광주 시민에게 듣는다'는 주제로 광주 지역 인사 5인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오경미 '한국 퍼실리테이터 연합회' 광주전남지회 기획 이사, 김동헌 전 광주 동구의회 의원, 탁영환 전 광주교육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신선호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 국장 등이 대담자로 참석했다.
"김종인, 5.18 가치 훼손…김종인 비대위 이양 과정 폭력적"
오경미 기획 이사는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한 이유는 첫째, '친노 패권, 호남 홀대론'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정성을 다하지 않고 대응한 대가, 둘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호남에서 가진 한계, 셋째,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경미 기획 이사는 "광주에서는 친노 패권, 호남 홀대론이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본인들끼리는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10명이나 호남에서 기용했다'고 얘기하면서, 호남 홀대론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경미 이사는 "호남 홀대론 자체보다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 더 문제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도 표를 찍어준다는 식의 생각은 호남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아닌 것에 대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미 이사는 또 "김종인 대표가 가지는 호남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외부인들에게 5.18 광주 민주 항쟁은 '느낌적인 생각'이겠지만, 호남 시민에게는 경험이자 느낌이다. 그런데도 5.18의 가치를 훼손하는 인물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웠던 점이 컸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 보위 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이력이 있는 김종인 대표 영입이 호남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오경미 이사는 "문재인 대표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넘어오는 과정이 폭력적이었고, 이는 호남 사람들에게 '이제는 저 사람과 손을 잡고서라도 정권을 교체해야 하나 보다'라는 막연한 상실감, 자괴감, 슬픔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인이 집권하면 잘 사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그렇지 않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경미 이사는 "여기의 정점이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이라며 "정권을 가져오려면 저 정도로 위풍당당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끼리는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번호로 받은) 2번은 좀 심하지 않나'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오경미 이사는 "동교동계 쪽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안철수 대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국민의당에 이도 저도 아닌 세력이 블랙홀처럼 다 몰렸는데, 안철수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거친 벌판으로 나가게 된' 최고의 행운아이자 낚시꾼"이라며 "어찌됐건 호남 선거에서 실패한 것은 더민주가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 소외론,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심판"
신선호 대표는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과 정부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고, 호남에서 지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명확한 심판이었다"면서 "이제 더는 더불어민주당에 무조건 표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길용 국장도 "제1야당에 대한 심판이었고, 최선은 아니지만 국민의당이라는 차선의 신생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구길용 국장은 "호남 민심이 떠난 이유로 네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실망감과 회의감, 둘째는 반문재인 정서로 나타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심판, 셋째는 김종인 대표의 공천 파동과 전략 공천의 한계, 넷째는 호남에서의 총선 전략 실패"라고 말했다.
구길용 국장은 "호남민들은 기본적으로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이 있는데, 지난 대선에서 몰표를 줬어도 제1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줄줄이 실패한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우왕좌왕하고 계파주의를 강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구길용 국장은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에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 어쨌든 호남에는 호남 정치가 소외됐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반문재인 정서의 실체가 없다', '반문재인 정서는 심판을 받아야 할 호남 현역 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덧씌운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 공학적 프레임을 덧씌웠다"고 말했다.
구길용 국장은 "호남에서 총선 전략도 실패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호남 고립론', 즉, 국민의당을 찍으면 '호남 자민련'이 돼 호남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는데, 정책이나 비전은 설득하지 않고 '상대방을 찍지 말라'는 선거 전략만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탁영환 전 교수는 "(호남 선거 실패 원인으로) 김종인 대표의 '셀프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시민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문재인 전 대표 말 한마디에 (셀프 공천 논란이) 다 정리됐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탁영환 전 교수는 "수권 정당이 되려면 다양한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바로 (논란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고 그 시민은 '이 정당은 역시 친노 정당이구나, 희망이 없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호남의 보수라면, 더민주는 호남의 진보 돼야"
대담 참석자들은 '호남 민심'을 되돌릴 방안으로 '선명한 정책 중심의 야당', '책임감 있는 야당'의 모습을 요구했다.
김동헌 전 의원은 "국정 교과서, 테러 방지법 때 열심히 대응했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환골탈태해서 선명성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선 결과도 마찬가지이리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탁영환 전 교수 또한 "세월호, 국정 교과서, 위안부 협정 문제에 대해 선도적으로 당을 이끌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면서 "국민의당이 호남의 보수라면, 더민주는 호남의 진보 역할을 할 정당의 색깔을 보여주면 국민도 믿고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길용 국장은 "호남 소외를 바꿔야 한다"면서 "선거 때만 찾아와서 호남은 텃밭이고 탯줄이라고 해놓고, 선거 끝나면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 호남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논리가 앞선다. 그렇지만 탯줄이라는 호남을 등지고 전국 정당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신선호 대표는 "호남이 '호남 대권 주자'를 원한다고 얘기하는데, 꼭 호남 출신 대권 주자가 아니라, 호남의 가치를 대변해줄 후보를 원한다"면서 "불평등 해소, 안전한 사회, 더불어성장 등 민생과 참여의 키워드도 호남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한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광주 지역 인사 5인 대담'이 시작되기에 앞서 당선자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미래' 특강을 하고 곧바로 서울로 떠났다. 후두염 수술을 받은 김종인 대표는 애초 건강상의 이유로 워크숍에 불참할 예정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의를 마친 뒤 상경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광역시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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