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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권력 연장 위한 이원집정부제? 벼락 맞는다"

與,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특강…"증세와 복지 논의해야"

"죄인은 절대 온당하게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망국의 원인으로 지탄만 받을 것."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9일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초청해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쓴소리’ 특강을 들었다.

김 교수는 그간 새누리당 안에서 벌어졌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끌어내리기 사태와 증세 및 복지 논쟁 실종, 그리고 보수 정부의 장기 집권을 위한 이원집정부제 시나리오 설계 등을 거리낌 없이 거론하며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겨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 실정 중 정책 혼선과 인사 혼선을 특히 문제로 지적하며, 이는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으로 청와대와 정부를 뒷받침하지 못한 새누리당의 문제라고도 비판했다.

김 교수의 이날 강의는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진행됐다. 당의 쇄신 및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그 연장선에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식과 성격, 시기 등을 논의하고자 소집된 두 번째 당선자 총회다. 김 교수의 강의는 비대위 관련 토론을 하기 전 진행됐다.

"공당이라면 '증세와 복지' 심각하게 논의했어야"


김 교수는 강연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지금은 무소속 의원이 되어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끝내 사실상 당내 친박계 주도로 원내대표직에서 축출됐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국가 재정을 어떤 방향에서 확보해서 어디에 쓸 것 인지만큼 중요한 주제가 어디 있느냐"면서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공당에서는 그 부분(복지와 세제 개편 문제)에서 심각한 논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것에 대한 논박 없이 새누리당은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 갔다"면서 "국민이 봤을 때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평가했다.

'진실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쓴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유 전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제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권력 연장 위한 이원집정부제, 벼락 맞을 일"


김 교수는 여권 일각에서 군불을 지펴 온 이원집정부제를 통한 장기 집권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벼락 맞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국회에 일부 나누는 권력 분산형 국가 운영 체제이나,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고 의회 권력이 야당에 비해 월등했던 새누리당이 이를 악용하면 외려 보수 정부 집권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 관련 기사 : 홍문종 '천기누설'…개헌으로 '장기 집권' 꿈꾸나)

김 교수는 이날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면서 이원집정부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은 결국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고 소위 친박 중심의 당내 세력이 국내 정치를 하는 하자는 것"이라면서 "고장 난 자동차 같은 현재의 국가 운영 체제는 바뀌어야 하나 친박 재집권 시나리오로서 국가 권력 체제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그 이야기를 듣고, 하늘에서 벼락이 쳤으면 좋겠다고 신문에 칼럼을 썼다. 이게 당신들만의 나라인가"라고도 했다.

"권력 잡아서 뭘 할 건가…권력 정치에만 함몰"

김 교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라고 물은 후 "여야 공히 이기고 지고의 권력 정치에만 함몰돼 있다. 권력을 잡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회 문제로 구조 조정을 들었다. 이미 조선 철강 등 분야에서의 구조 조정은 전 정부에서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논의나 탐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결과 경제가 악화하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구조 조정 이야기가 나오려면 '신산업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야기와 함께 자본 시장은 (구조 조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도 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고용 대책과 평생 교육 체계 개선까지 패키지로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미래 사회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하는데 대통령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도 당이 만든 것"이라면서 "(대선에서 당이 내놓는) 의제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일은 분명하지 않고 인사는 혼선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 비전 없는 경제 정책과 그에 따른 인사 혼선의 결과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을 대놓고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집권했을 때 구조 조정 문제를 제대로 대두했다면 구조 조정을 할 수 있는 사람, 심장에 메스(칼)를 댈 수 있는 사람이 경제 수장으로 가야 했다"면서 "온건한 사람이 가서 그저 평소의 관리 중심의 리더십이 되어서는 경제를 움직일 수 없어"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강연을 마치면서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할 것인가"를 물은 후 이런 "준비 없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 정책적인 구상 없이 이기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 죄인은 절대 온당하게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없어, 집권 시기 고생만 하다가 시간이 지난 후 망국의 원인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당선인들은 김 교수의 이 같은 강연을 들은 후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오후 3시께 시작된 비공개 토론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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