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은 8일 당정 협의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처는 총리실 중심으로 격상하게 됐고, 가습기 살균제 등 국내에 유통되는 다른 살생물제도 내년 말까지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총리실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5년 넘게 끌어온 문제를 이번에는 국무총리실이 '관제탑'이 돼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요구했지만 새누리당 반대로 19대 국회 때 좌절됐던 청문회에 대해서도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검찰 수사 이후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 협의 직전에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청문회도 열겠다"고 말했는데, 정부가 이를 수용하되 '검찰 수사 이후'라는 단서를 단 셈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와 더불어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위해 필요하면 법 개정 준비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2013년에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은 새누리당 반대로 3년간 19대 국회에 묶여 있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 박근혜-새누리당, 옥시만큼 나쁘다, 3년간 처박힌 '가습기 살균제법', 이번엔 빛 보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환경부와 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을 만나 "선진국에서는 유해성 논란으로 허가가 나지 않은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허가가 났느냐. 왜 지난 5년간 진상 규명을 유가족과 제조업체의 싸움에 맡겨놨느냐"면서 "정부 부처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실험 결과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원내대표가 정책위 의장이 선출된 후 처음 열리는 당정 협의에서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당에 심려를 끼쳤다"면서 "안전성을 관리하는 법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성규 장관은 "이 자리를 계기로 신청 피해자 조사에 대한 판정 기준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피해 인정 기준을 확대해 지원하는 한편, 앞으로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 권성동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 이명수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이진복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와 더불어 윤성규 환경부 장관,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 손문기 식약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 사무처장은 "5년 만에 국무총리실이 나선 것도 만시지탄이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걱정"이라며 "정부와 검찰이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는지도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청문회를 여는 데 대해서도 안진걸 사무처장은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는 병행해서 해도 되는데, 왜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청문회를 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형사 처벌 외에 국회에서 밝혀야 할 사회적, 정치적 책임도 있기에 검찰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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