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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직,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받는다"

전국 7개 산업단지 실태조사…파견 노동자 32% 최저임금도 못 받아

박근혜 대통령이 파견법 통과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파견 노동자의 노동시간 및 임금 실태가 파악된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전국 7개 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임금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9.5%가 파견 노동자였고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6542원으로, 비정규직(7758원) 평균보다 1200원 가량 낮았다. 같은 비정규직인 기간제(7461원)나 한시근로(7795원), 장기임시(7510원) 노동자보다 파견 노동자의 임금이 낮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저임금 미만율도 파견 노동자가 32.2%로 전체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비율(24.5%)보다 월등히 높았다.

임금은 낮은 반면, 노동시간은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당 49.6시간으로 정규직(49.1시간)과 비정규직 평균(48.6시간)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박준도 민주노총 공단전략조직사업단 정책위원은 "시간당 임금이 낮을수록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향이 확인되는데, 이는 생활임금을 얻기 위해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출입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노동개혁법 중에서 파견법을 자꾸 빼자고 그러는데 파견법이야말로 일석사조 쯤 된다"며 "구조조정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실업자들이 파견법을 통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파견 노동자의 임금이 용역이나 다른 일자리보다 높다고 그 정당성을 설파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유감이겠으나 파견이 가장 낮은 일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견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레시안


불법이지만 만연한 제조업 생산직 파견…"합법·불법 떠나 파견 노동자가 가장 열악"

정부는 제조업 등 뿌리산업 파견 확대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조업 파견이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미 공단에서는 제조업 생산직 파견이 만연한 것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에 응한 전체 제조업 생산직(762명) 가운데 79명이 파견 노동자였다. 이들은 전체 파견 노동자 평균에 비해서도 적은 시간당임금(6144원)을 받고, 더 긴 시간(52.3시간)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미만율도 공단 파견 노동자 평균(32.2%)보다 제조업 생산직 파견 노동자(38%)가 높았다.

합법화돼 있는 비제조업 파견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았다. 시간당 임금은 7339원, 노동시간은 43.2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생산직 파견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것일 뿐, 비제조업 노동자 그룹 안에서는 역시 가장 낮은 임금 수준이었다.

비제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9239원으로 1만 원에 가까웠지만, 비정규직 평균은 8455원이었다. 박준도 정책위원은 "파견 노동자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떠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상태인데 이는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성이나 임금안정성을 어느 사업주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준도 정책위원은 "실정이 이런데도 뿌리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재앙의 확대일 뿐"이라며 "오히려 파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만 이런 실태의 개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미만율, 정부 공식 통계보다 2배 높은 24.5%

전체적으로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정부 공식 평균보다 2배나 높은 24.5%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전국 산업단지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이 최저임금 미만인 것이다. 오민규 실장은 "정부의 근로감독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뿐 아니라 최저임금 위반 관련 통계자료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인데, 공단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는 30.7%, 이주노동자는 38.8%, 단순직 노동자는 35.7%, 비정규직은 29.9%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공단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8.9시간을 일하고, 임금은 한 달 평균 206만9000원을 받고 있었다. 이를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감안해 시간당임금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8152원이었다.

시간당 임금이 낮을수록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은 평균 주당 55.6시간을 일하면서 한 달 평균 156만9000원을 받고 있었다. 반면 시간당 임금이 높으면 주당 평균 42.5시간을 일하고 한 달 평균 344만 원을 받고 있었다.

23.7% "지난해 노동조건 악화됐다"…사업장 규모 클수록 노동조건 악화 비율 높아

공단 노동자의 4명 중 1명은 지난해 자신의 노동조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전국 평균 23.7%가 이같이 대답했는데, 서울지역에서는 40.7%가 노동조건 악화를 겪은 바 있다고 응답했다. 오민규 실장은 "충격적인 수치"라고 표현했다.

서울은 여러 노동조건 악화 사례 가운데 취업규칙 변경이 19.9%로 가장 많았고, 성과급 차등 지급도 16.8%나 됐다. 각종 수당이 삭감된 경우도 7.1%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에서 32.6%가 지난해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했고, 콜센터와 같은 생산자서비스업에서도 41.7%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사업장 규모별로 분석해 보면,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취업규칙 개악 및 수당삭감 등의 비율이 높아졌다. 박준도 정책위원은 "고용인원이 일정한 규모를 넘어서면 노무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돼, 이런 곳일수록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 악화 시도를 다양하게 전개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민규 실장은 "최근에는 아예 노무법인에서 표준 취업규칙을 설계할 때 법정 공휴일을 연차 유급 휴가로 본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장 규모가 큰 곳에서 이런 변경이 드러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은 곳을 공격해 하향평준화시키려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산업단지공단 가운데서도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7개 공단에서 진행됐다. 서울 디지털공단, 의정부 용현공단, 안산 반월·시화공단, 대구 성서공단, 경남 웅상공단, 부산 녹산공단, 광주 하남공단에서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에 진행됐다.

조사 방식은 공단지역 출퇴근 거리나 식당 인근에서 무작위 면접 설문조사로 이뤄졌으며, 총 1291명이 조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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