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기준을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 둘 때,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다. 오히려 독재를 지지하는 극우 정당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원리로 작동하며, 대의제 민주주의 정부 형태를 띤다. 그 첫째 전제 조건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 정보 기관과 군부가 선거에 불법 관여한 사건이 드러났다. 사실 당선 무효와 탄핵 사유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중립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새누리당 편향적인 역할을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이런 일이 벌어지거나,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상상해보라.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 무효 소송은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를 했을 것이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침묵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보수 정당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조건은 정부 권력의 분립이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행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치는 시행령을 통해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무력화시킨다. 관료들이 만든 행정지침으로 모법을 깔아뭉갠다.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과 해고 조항들을 무력화시키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이 대표적이다.
입법부 권한에 도전하고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행정부의 시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노골화되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침묵을 넘어 행정부의 입법부 무력화에 동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 지도부가 통제를 당하면서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행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세 번째 조건은 열린사회를 보장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법치주의(the rule of law)를 실현하는 것이다. 법치의 전제는 법 앞의 평등이다. 빈자가 법을 어기면 처벌 받듯, 부자가 법을 어기면 평등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법치주의 훼손은 더욱 심해졌다.
100만 원도 안 되는 중국집 돈을 착복한 철가방 배달부는 구속되어 감옥 갔지만, 수천억 회사 돈 착복한 재벌 회장은 자유를 누린다. 빈자의 폭력은 철저하게 처벌받지만, 부자의 폭력엔 각종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진다. 감옥 안 수형 생활도 마찬가지다. 부자는 특혜를 받고 빈자는 곤란을 겪는다. 이런 현실을 교정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무슨 의미 있는 입법 활동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네 번째 조건은 인권, 시민권, 시민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망가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상징하듯, 대한민국 인권 상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곤두박질쳤다. 멀쩡한 노동조합을 불법으로 몰아 법적 보호의 틀 밖으로 추방시켰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사정이 그렇다.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 정책을 넘어 이제는 정권에 협조적이던 한국노총마저 깔아뭉개려 온갖 술수를 부린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가해지는 국가권력과 극우 집단의 행태는 대한민국 인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고 경찰에 잡혀가 인신이 구속된다. 당원 일부가 '종북'이라고 멀쩡한 정당에 북한 조선노동당의 하수인 낙인을 찍어 공중분해시켰다. 국가보안법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간첩이 조작되고, 정보기관이 민간인을 잡아다 폭력을 행사한다.
시민들의 통신은 감시당하고, 통신회사의 소비자 정보는 국가기관에 넘겨진다. 집회의 자유는 사라진지 오래고, 경찰은 집회를 허가하고 감시하고 통제한다. 허가된 집회마저 경찰은 의도적인 폭력으로 시위대를 자극한다. 경찰의 불법적인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을 두고 정권은 아직 사과 한 마디 없다.
이런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상황에 대해 새누리당은 일언반구 비판의 목소리가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며 알아서 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치명적인 테러를 가하고 사회 전체에 국가권력으로부터 감시받는다는 공포감을 심어주는 테러법 제정에 앞장선 새누리당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보수하는 데 전력하는 정당을 보수 정당이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음해하는 정당을 극단주의 정당이라 한다. 극우를 우리는 파시즘이라 부른다. 20세기 극우 파시즘의 원조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이다.
새누리당의 역사적 기원은 친일파와 맞닿아 있고, 친일파가 충성을 바쳤던 대상은 파시즘의 정점에 섰던 히로히토 천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나 김무성 전 대표의 아버지 김용주가 일제 강점기에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했던 대상이 히로히토 천황이다. 이런 연유로 한국의 극우세력은 친일파적 기원을 갖는데, 그 대표 정당이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의 현재적 행태가 극우인 이유는 그 역사적 기원이 친일 파시즘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내력은 새누리당의 DNA인 이승만 민간독재,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와 궤를 같이 한다.
독재자를 측정하는 지표가 있다. 개인 권력을 비정상적으로 남용하는가. 입법부를 무시하고 행정부 수반이 입법권을 행사하는가. 입법부가 만든 법률이 아닌 행정부 수반이 만든 시행령으로 국가를 통치하는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할 목적으로 공안 사건을 조작하는가. 법치주의(the rule of law) 절차를 무시하고 법을 악용한 지배(the rule by law)를 시행하는가. 개인 신격화 혹은 특정 가족에 대한 숭배를 조장하는가.
이상의 지표들에 의거할 때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는 확실히 독재 체제다. 그리고 이 지표들을 박근혜 정권에 적용할 때도 우리는 독재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런 체제를 방기하는 것을 넘어 그 체제를 만드는 데 적극 가담한 새누리당이다. 자유민주주의 토대를 깔아뭉갠 정당을 보수 정당이라 부를 수 있는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진보가 아니듯, 새누리당은 보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보수이듯, 새누리당은 극우다. 어버이연합이나 재향경우회가 보수 단체가 아니라 극우 단체인 것과 마찬가지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정당이라 해산당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적 질서를 내세우는 헌법적 가치에 통합진보당보다 더욱 역행하는 정당으로 기능해왔다. 동일한 법적 판단을 적용한다면 해산당해야 마땅하다. 극우정당을 보수정당이라, 보수 정당을 진보 정당이라 부르는 코미디를 끝낼 때가 됐다. 극우 단체를 보수 단체로 부르는 코미디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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