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탈핵은 어렵더라도 원전 확대를 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상현(42)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22일 저녁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에서의 핵발전과 국가시스템' 강연에서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강연은 대구경북탈핵연대 주최로 열렸으며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진 교수는 "과거 미국과 소련에서 두 차례 발생한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은 세계적으로 급격히 사양산업에 접어들었지만 한국만 지속적으로 확대, 성장시키고 있다"며 "처리비용이 많이 들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원전추가 건설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고유가로 세계는 원자력 발전에 매진했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선진국들은 다시 탈핵과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30여년간 원전 단 한 기도 짓지 않았고, 독일에는 풍력발전기가 전봇대만큼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잇따라 핵 발전을 중단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원전을 추가로 짓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은 한결같다.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반대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책은 국민들의 바람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면서 "원자력정책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가운데 신규증설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당장 원자력 발전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원전 확대를 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발전량을 늘리겠다'는 공식적인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만 했다. 여당은 친원자력정책을 계속 펴오고 있고, 야당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소수의 진보정당만이 탈핵을 외치고 있는 현실"이라며 "주류정당이 배제된 채 비판적 논의만 할 뿐 대체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까운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사고 후 한국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직·간접적 충격이 전해지자 점차 핵 발전의 위험성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서울, 부산, 삼척 등 지자체에서도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는 여·야할 것 없이 모든 후보들이 고리원전 폐쇄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면서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안전을 위한 주민들의 저항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한국전쟁 직후 전력복구를 위해 처음으로 원자력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며 "먹고 살기도 힘든 때였지만, 냉전체제 경쟁 속에서 자본주의 진영을 늘리기 위해 IAEA에 이름 올리게 됐다"고 핵 발전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60~80년대 개발독재시대를 겪으며 원전을 짓고, 발전소를 가동했지만 원천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체르노빌 이후 전 세계가 핵 발전을 포기하자 그때서야 컴버스천엔지니어링과 기술제공을 허용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처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은 뚜렷한 방향 없이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로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사양산업의 선두주자가 국가발전에 도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나홀로 원자력에 의존하는 한국의 행보는 역사적 교훈을 무시한 채 과오를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형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정부 측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원자력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현 교수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에너지정책전공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강원발전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저서와 논문으로는 '생태사회적 발전의 현장과 이론',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후쿠시마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유형 분석', '한국과 독일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비교연구' 등이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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