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모적인 감정 싸움에 매몰돼 있다. 총선에서 제1당이 됐음에도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2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 문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2일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만찬에서 나온 얘기들 때문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당권 도전을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고 보도했으나, 김 대표는 "그런 말은 (문 전 대표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는 최근 '호남 패배 책임론'이 김 대표 비판자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데 대해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와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수권위원회(가칭)'를 맡아달라고 김 대표에게 요청한 데 대해서도 김 대표는 "(본인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도 아닌데 그런 제안이 말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관련 기사 : 文 "합의 추대 불가" vs. 김종인 "문재인이 경선 나가라기에…")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 감정의 골은 '김종인 추대론' 때문인 탓도 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만찬을 한 시기는 총선이 끝난 후 차기 당권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종인 추대론'이 당내에서 거론되던 시기다. 그러나 '추대론'은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사실상 폐기됐다. "내가 추대론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상황에 처했던 김 대표는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내년(2017년)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도울 뜻이 있는지를 놓고도 "야당을 수권 정당으로 만들려고 왔지, 대선에서 어느 특정인을 위해 하긴 뭐를 하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를 끝냈으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한 분석도 해보고 해야 하는데 결과가 좋으니 그냥 기쁜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의원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종인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은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와 당권 레이스가 시작될 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서 일반 당원으로 돌아가야 할 문 전 대표가 지나치게 당내 문제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전 대표 역시 총선 승리의 공을 본인 중심으로 해석하면서 당내 주류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 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당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송영길 당선자 등 친문, 비문을 떠나 당권을 노리는 일부 주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총선 이후 소모적인 감정 다툼으로 더민주가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석 차이로 '1당'에 올랐을 뿐인데, 마치 과반 의석을 차지해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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