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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촛불, 돈으로 끄자?

세금 환급 등 10.5조원 규모 고유가 민생대책 발표

정부와 한나라당이 8일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총 10조4930억 원을 투입해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세금 환급(tax rebate)을 통해 되돌려주기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극심한 민심이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이날 발표된 민생 종합대책과 함께 내주 단행될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인적쇄신을 통해 이번 '쇠고기 파동'을 마무리짓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민심수습 수순으로 보인다.

맞벌이 부부 최대 年 48만 원 환급

한승수 총리는 이날 삼청동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것은 가히 제3차 석유위기로 불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유가로 고통 받는 계층과 생계마저 어려운 분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오늘 아침,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 한승수 국무총리와 관계장관들이 8일 고유가 민생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직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간 급여 3600만 원 이하 근로자 988만 명과 종합소득 2400만 원 이하 자영업자 399만 명 등 총 1387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됐다.

3000만 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2000만 원 이하 자영업자는 연간 24만 원을 자신의 계좌를 통해 돌려받게 된다. 연간 3000만~3600만 원을 받는 근로자와 2000만~2400만 원 자영업자는 소득에 따라 각각 18만 원, 12만 원, 6만원 씩을 환급받게 된다. 가구별 지원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연간 최대 48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환급금은 6개월분 씩 연 2차례로 나누어 받을 수 있다. 근로자는 올해 9월과 내년 3월에, 자영업자는 올해 11월과 내년 5월 환급금을 신청하면 신청한 다음 달에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생계형이 많은 1t 이하 자기 화물차에 대해서는 경승용차-경승합차와 같이 유류세를 환급해주기로 했으며, 농어민에 대해서도 유가 상승분의 50%에 해당하는 유가 환급금을 지원키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86만 가구)와 차상위계층 중 중증 장애인(3만 가구)도 유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저소득층에 대한 연탄 지원사업도 그 지원범위가 기초생활가구에서 차상위 가구로 확대됐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이번 종합대책에서 제외됐다. 한승수 총리는 "고유가가 계속 진행되어 두바이유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서면 휘발유를 비롯한 모든 유류의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 세계적인 고유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마련에도 팔을 걷고 나섰다. 지열·태양광·태양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재원확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재협상 요구'에 '세금 환급'…촛불민심 되돌릴 수 있을까

관건은 이날 발표된 민생대책이 과연 성난 '촛불민심'을 달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날 "시민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귀가할 수 있는 민생대책을 당정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총리도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촛불문화제와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며 "이 점에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그 동안 국민과 소통의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통감하고 앞으로 국민과 대화에 나서서 정부 정책의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우병 우려'와는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는 고유가 대책이 돌아선 민심을 과연 다잡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도 비등한 상황.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해 사상 초유의 세금 환급 제도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동문서답'이 아니냐는 얘기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급 취지에 대해서 동감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현재 시급한 민생현안인 소고기 재협상을 타결하고 나서 이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조만간 총파업을 위한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인 화물연대 측은 "실질적 대책은 전혀 없다"면서 이날 발표된 고유가 대책의 실효성을 문제삼고 나섰고, 버스업계 역시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고유가 민생안정종합대책을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재원으로 추경예산을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추경 예산의 투입은 이한구 정책위의장 시절부터 경기부양책이라며 시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 차원에서 강하게 반대해 왔다. 또한 임태희 의원도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직후 같은 논리를 편 적이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 정책위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에 대해서 분명히 반대한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경기 부양이라기보다는 국제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 고유가 대책, 서민 대책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추경형식을 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경 내용은 세입 내용을 고치고 세출 예산에서 환급해주는, 즉 보조금 지급해주는 부분들이 내용"이라며 "최초 세금 환급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재정법 제2조를 보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적 여건이 매우 어려울 때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 시점이 국제적으로 제3차 오일쇼크를 야기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법 제2조는 세계 경제 위기 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국민 생활 안정 명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2006년도 한나라당이 개정할 때 제외시켰던 조항이다. 그때와는 모순된다는 지적에 임 정책위의장은 "국민 생활 안정이라고 되어 있지만 유가 급등이라는 대외여건의 급변에 따른 보완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인수위 시절부터 유류세 인하를 계속 주장했었는데 이번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임 정책위의장은 "아주 어려운 부분, 즉 서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공공요금 인상 등은 정부가 50% 분담한다"며 "더 올라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 170달러 정도가 되면 추가로 유가를 인하 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재량권한을 줘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석한 최경환 의원은 유류세 인하 방안에 대해 "이미 지난번에 10% 인하됐다"며 "이번에는 유류세를 인하하면 혜택 받는 사람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유통과정에서 새서 끝까지 전달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서 일괄 인하보다는 세금 환급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임 정책위의장은 "시장 경쟁에 의해 유가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며 '대형 할인 마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메이저 회사가 들어오지 않아도 되고 물량 확보해서 지속적으로 나가는 양 일정하면 가능하다"며 "필요하면 이동식 유류저장 시설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은 석유 사업법상 규제 많을 것"이라며 "4대 정유사만이 아니고 많은 형태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자동적으로 시장 경쟁에 의한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그게 일종의 시장 경제 원칙에 입각해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당정협의에서 나온 고유가 대책이 세계 잉여금 4조 9천억 원을 사용하기로 했지만 이 잉여금은 각종재난을 대비한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 최경환 의원은 "3조2천억 정도 재정 지출에 사용하고 1조7천억 남는다. 재해 대비는 그걸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1t 이하 트럭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대책이 불법 노점상 지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최 의원은 "항상 논란이 있어 왔다"며 "그분들이 제일 어려운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이 불법을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길거리 다니면서 교통 불편 안 주면서 생업 종사하는 분들이고 이분들이 타격 가장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생계형, 생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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