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쇠고기 재협상까지 등원 무기한 거부"

홍준표 '곤혹'…"국회의장만이라도 뽑자"

18대 국회의 파행 출범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야 3당은 4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 선언을 할 때까지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도 '단독 개원'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상당기간 공전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여야의 쟁점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과 쇠고기 재협상 실시로 압축된다. 야권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국내법으로 국제적 협정을 뒤집는 것이라 국가 신뢰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재협상은 사실상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촛불 끌 때까지 우리도 함께한다"
  
  야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일 있을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뜻을 천명했다.
  
  이들은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선 국민이 경찰의 물대포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개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심정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지속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에) 자율규제협정을 애걸하고 있다"며 "이것은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모욕하는 짓이며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에 나선 국민을 물대포와 방패로 짓밟은 정부가 국민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미국 수출업체들의 자율적 결의를 답신으로 간주한다'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주권국가답지 않은 방법으로 국민 납득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 3당은 이어 개원의 전제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협상을 선언하고 즉각적인 재협상에 착수할 것 △전 내각의 총사퇴 △국정조사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었고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쇠고기 재협상 촉구결의안 채택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등을 주문했다.
  
  이들은 "국민의 한결같은 요구를 짓밟고 무시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국회는 정상화될 수 없으며, 그렇게 문을 연 국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서 "재협상이 이루어져 국민들이 자진해서 촛불을 끄는 그 순간까지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은 굳게 연대하여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며 '공조'를 다짐했다.
  
  야 3당은 5일 오전 등원 대신 국회 본청 앞에서 등원 거부 및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장이라도 선출하자"
  
  야권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만이라도 뽑자"고 읍소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야당 입장에서 지금 대통령 시정연설 들을 기분도 아닌 것도 잘 안다"면서 "우리가 95%양보하지 않았냐"며 등원을 압박했다.
  
  "국제 협정을 국내법으로 뒤엎는 가축전염병개정만은 절대 못 받아들인다"는 홍 원내대표는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면 야권에 등원 명분이 생기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으니 실질적으로 재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재협상도 다 받아들여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니 야권이 등원해서 재협상결의안도 같이 채택하고 재협상을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독 개원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난 20년간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내일 우리가 무조건 등원은 하겠지만 의사일정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