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5년째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고, 이 가운데 지난 3월 조합원 한 명이 목숨을 끊기도 한 유성기업에서 설립된 기업별노조가 '설립 무효' 판결을 받았다.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유성기업노조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인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기업별노조인 유성기업노조가 회사 측과 맺은 임금 및 단체협약도 모두 무효가 됐다.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이후, 민주노총 노조가 회사 측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별노조가 다시 들어선 사례는 많다.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노조의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노사 갈등 이후 생긴 기업별노조인 유성기업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의 1심 판결이었다. 법원은 "피고 노조는 설립 자체가 피고 회사가 계획하여 그 주도 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피고 회사의 계획 하에 수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바, 피고 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노동조합의 설립 및 안정화, 세력화에 있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이후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진정한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자주성과 독립성을 획득한 그 시점부터는 노동조합 설립 당시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여지도 전혀 없지는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 노조가 사용자인 피고 회사의 개입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춘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측은 기업노조의 설립과정에서 규약, 총회 회의록 등의 자료와 함께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물질적 원조, 노조 활동에 대한 사 측의 지배개입 등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유성기업공대위는 이번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공대위는 "이 판결은 유성기업 사 측이 벌였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법과 질서를 유린하면서까지 벌인 끔찍한 범죄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대위는 또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기업노조에 맞서 싸우다 회사에서 받은 해고와 징계는 이번 판결로 모두 무효일 수밖에 없다"며 "한광호 씨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이 노조파괴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2011년 5월 18일 회사의 직장 폐쇄 조치 이후 노사 갈등이 격화됐다. 이후 유성기업에는 기업노조가 들어섰고, 이 노조에 속한 조합원과 금속노조에 속한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 횡행했다. 잔업과 특근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월급에 차별을 두기도 했고, 이 때문에 금속노조에서 탈퇴해 기업노조로 넘어가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우울장애와 사회심리스트레스 지수에서 고위험군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왔고, 지난 3월 17일 한광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관련 기사 : 10명 중 7명이 '고통'…유성기업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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