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우세 지역으로 여겨졌던 부산 지역 총선에서 적지 않은 이변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4명을 상대로 '당선 확실' 내지 '유력'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있다. 추가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경합 지역도 있다.
14일 오전 더민주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후보는 부산진갑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지낸 재선의 나성린 의원에 49.6% 대 46.5%로 앞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꼬마 민주당' 때부터 함께 정치를 해온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친박계 김희정 의원과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민식 의원은 더민주 후보에 의해 낙선했다. 부산 연제 선거구에서 더민주 후보로 나선 김해영 후보는 51.6%를 득표, 김 전 장관(48.4%)을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북강서갑에서도 더민주 전재수 후보가 55.9%의 득표율을 얻어, 이 지역구 현역인 박민식 의원(44.1%)을 누르고 당선됐다. 총선 직전 있었던 지원 유세에서, PK의 맹주를 노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스스로 "박민식이 형"이라고 칭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부산 남을에서도 더민주 박재호 후보가 48.1%의 득표율을 얻어 서용교 의원(43.5%)을 누르고 당선됐다.
더민주는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던 사하갑에서도 최인호 지역위원장이 49.4%를 얻어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2위인 새누리당 김척수 지역위원장의 득표율은 45.4%였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사상에서는 경합 판세를 유지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37.5%의 득표율로 더민주 배재정 후보(35.9%)를 누르고 당선이 유력한 상태다.
더민주는 부산 18곳 가운데 5곳에서 당선자를 배출, 역대 야권의 총선 결과 중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게 됐다.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번의 총선과 1번의 시장 선거를 통해 끈질기게 지역주의에 도전했던 곳이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문재인·조경태 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고 조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런 가운데 19대 총선 결과보다 최소 2배나 많은 당선자를 내게 된 것은 여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다.
부산과 인접해 있는 경남 김해에서도 김해 2곳을 모두 더민주 후보가 가져갔다. 김해갑에서는 85.8% 개표 진행 상황에서 더민주 민홍철 의원이 54.9%를 얻어 새누리당 홍태용 후보(40.7%)에 앞서고 있고, 김해을에서는 노 전 대툥령의 마지막 연설기록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이 최종 62.2%를 얻어 씨름 선수 출신인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34.7%)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경남 양산에서도 더민수 서형수 후보가 14일 새벽 당선 확정됐다.
PK지역에서 당선이 유력하거나 새누리 후보를 상대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후보들은 대개 이른바 '친노'로 불리는 이들이다.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에서 나온 싹이, '낙동강 전선'이라는 벽에 균열을 내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영남 지역 의석은 13곳까지 늘어났다. 부산 5곳과 경남 3곳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김부겸·홍의락 후보가 승전보를 전해 왔다. 또 이른바 '노동 벨트'로 불리는 울산과 창원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와 민주노총 출신 무소속 후보들(울산 동구 김종훈, 북구 윤종오)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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