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계 복귀 및 향후 대선 판도를 판가름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13일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기 시작하면서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전 9시까지만 해도 기다리지 않고 투표할 수 있었지만 날이 개기 시작한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기다란 줄이 만들어지는 투표소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안겨줬던 사직동 제2투표소에서 10분을 기다려 투표했다는 이 모(62) 씨는 "오세훈 후보를 다시 보게 돼서 좋다. 대선 후보로도 괜찮지 않냐"면서 오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여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전략 투표를 했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아이와 함께 사직동 제1투표소에 나온 백 모(37) 씨는 "정세균 후보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투표소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과 함께 소위 투표 '인증샷'을 찍는 광경도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투표소가 '현장 교육'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백 씨는 "솔직히 이번 선거에서 별로 찍고 싶은 정당은 없었다. 그래서 투표하지 말까 생각도 하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투표장에 나왔다"면서 아이에게 투표를 하는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백 씨 외에도 정책적인 이슈가 거의 없었던 이번 선거에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청운동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 모(37)씨는 "주위 동료나 친구들은 사전 투표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후보나 당이 없어서 투표를 계속 망설이다가 비도 그쳤길래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이날 오전 동성고등학교에 마련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오 후보는 "결과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했으니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 역시 이날 오전 숭인동 제2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정 후보는 "정책 대결과 인물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면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들은 열심히 국민들을 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와 정세균 후보의 양강 구도로 치러지고 있는 종로구 선거는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여론조사 공표 기간 중 마지막으로 발표된 KBS와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더민주의 정세균 후보가 40.4%의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0.4%포인트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두 후보의 차이가 워낙 작고, 여론조사 기관과 시기 및 방법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는 박빙의 승부를 벌여왔기 때문에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살얼음판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두 후보 모두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반영되면서 종로구는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9일에 진행됐던 사전투표에서 종로구 투표율은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14.17%를 기록했다. 투표 당일인 13일에도 종로구 투표율은 오후 2시 현재 서울 평균 투표율인 42.2%를 훌쩍 뛰어 넘는 49.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19대 총선 같은 시각 투표율이 3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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