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넓다. 조금 넓은 정도가 아니라 꽤 넓다. 세계의 모든 나라 중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4위의 면적을 자랑한다. 그마저도 캐나다, 미국과는 근소한 차이일 뿐이고 러시아만 1.8배 정도 크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체 유럽과 맞먹는 크기다. 남북한을 합한 한반도 면적에 비하면 약 43.5배, 남한 면적에 비하면 100배 정도가 크다.
중국 국토의 경계는 북쪽으로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모허(漠河), 남쪽으로는 남사군도, 동쪽으로는 우쑤리강(烏蘇里江), 서쪽으로는 신장(新疆)의 파미르 고원까지 이른다. 남북 간 거리는 약 5500킬로미터, 동서 간 거리는 약 5200킬로미터에 달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만 해도 14개국이나 된다. 북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부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이다. 국토가 넓다 보니 복잡한 현상도 많이 일어난다. 험준한 산맥과 하천, 사막과 밀림, 고원과 평야가 곳곳에 공존한다. 북부 한랭대부터 남부 열대 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남북 위도는 북위 3도 51분에서 53도 33분까지 동서 경도는 73도 33분에서 135도 05분까지 이어진다. 경도의 동서 간 차이는 약 62도 차이가 난다. 문제는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시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지구는 구로 돼 있어 그 둘레가 360도이고, 하루 동안 한 바퀴를 도는 자전 때문에 360도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이렇게 시차가 생기게 된다. 중국은 극동에서 극서까지 62도 차이가 나니, 5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리니치 시간인 세계 표준시보다 약 3~9시간 이른 시간 범위에 있다.
베이징은 지금 몇 시인가?
원칙대로 하면 중국 서쪽 끝과 동쪽 끝은 5시간 시차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른바 '베이징 시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간'은 동경 120도를 기준선으로 삼는다. 그러나 베이징은 실제로 동경 116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말처럼 '진짜 베이징 시간'은 아니다. 경도의 위치를 고려하고 국가 수도인 베이징을 상징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실제 베이징 시간과 '베이징 시간' 사이에는 14.5분 정도 차이가 난다. 중국 방송을 듣다보면 "지금은 베이징 시간 몇 시 몇 분입니다"라는 시보를 알려주곤 하는데, 이 때 말하는 '베이징 시간'이 바로 중국 표준시이다.
'베이징 시간'의 역사는 청 왕조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2년 당시 세관이 해안선을 결정하면서 동경 120도를 표준시로 삼은 것이 기원이 됐다. 1912년에는 베이징 중앙기상대가 전국을 다섯개 시간대로 구분했고, 1939년에는 당시 중화민국 정부가 표준시에 관한 회의를 소집하여 전국을 5개 시간대로 구분, 확정하게 된다. 당시 결정에 따르면 중국 전역은 쿤룬시간대(세계표준시+5시간 30분), 신장시간대(세계표준시+6시간), 룽수시간대(세계표준시+7시간), 중원표준시(세계표준시+8시간), 창바이시간대(세계표준시+8시간 30분)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중국은 이러한 시간대 구분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이 중 중원표준시를 전국 통일 시간으로 채택하면서 '베이징 시간'이라고 이름 붙였다. 전국 교통, 통신, 기상, 지질, 과학 등의 문제를 통일되게 해결하려는 정치적, 경제적 의도였다. 한편, 대만으로 건너간 국민당 정부는 2007년까지 '중원표준시'라는 명칭을 고집하다가 지금은 '현재 시간'이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실제로 '중원표준시'나 '베이징 시간'이 가리키는 시간은 동일하다.
'전국 통일'이라는 논리에 따른 '베이징 시간'은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 서부 지역은 '베이징 시간'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는 베이징보다 3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생활해야하기 때문이다. 서부 산시성(陝西省), 간쑤성(甘肅省),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서는 '베이징 시간'을 따르면 적잖은 불편을 초래한다.
예컨대 우루무치 지역은 베이징보다 실제로 두 시간이 더 이르다. 베이징이 오전 8시라면, 우루무치는 실제 오전 6시이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오전 8시로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서는 실제 생활시간을 두 시간 정도 늦추기도 한다. 출근을 오전 10시에 하는 식이다.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시간대를 세분하자는 건의가 제기됐다. 동부, 중부, 서부 등 전국을 세 시간대로 구분하자는 발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인위적인 세 시간의 시차로 전국 시간을 재편할 수 있게 되어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을 거쳐 이 방안은 결국 전국을 두 시간대로 구분하는 것으로 재조정됐다. 동부는 세계표준시+8시간, 서부는 세계표준시+7시간으로 나누자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방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베이징 시간'은 우리나라와는 1시간 시차가 난다. 중국 내부의 실제 차이보다 훨씬 근접한 시차이다. 우리나라 표준시가 실제로는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삼으면 지금보다 30분이 더 빨라진다고 하니, 중국과의 실제 시간 차이도 30분 줄어들게 된다. 내부의 차이보다 더 근접한 나라이지만, 여전히 그 시차를 극복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장벽이 존재한다. '30분'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30년' 이상의 노력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