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후 (중국 시간)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같이 합의했다. 또 양국 외교당국 간의 '전략대화'도 정례적으로 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우리 두 사람이 창조와 실용의 '치(治)'라는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창조와 실용의 정신을 기반으로, 우리 두 나라가 지금까지의 관계발전 성과를 훨씬 뛰어 넘는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양국은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며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것은 물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문제, 더 나아가 범세계적인 공동 관심사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중국이 다른 국가와 맺고 있는 양자관계 가운데 '동맹'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다. 중국이 현재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18개국에 이른다. 지난 1992년 수교를 맺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우호협력관계'에서 협력 동반자 관계로, 또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왔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한중 관계가 경제적, 인적 교류에 치중했던 기존의 관계에서 외교, 안보,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전 영역에 이르는 포괄적 협력관계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존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양국의 전략목표에 대한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이를 제한적 수준에서 공유하는 것"이라며 "반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지역, 세계 평화, 국가안보 관련 전략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각 영역에서 양국의 관계가 한층 더 확대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한중 FTA 추진, 적극적으로 연구·검토키로"
경제협력 분야와 관련해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한중 FTA는 산·관·학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추진문제를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또 양국간 교역 및 투자확대, 금융협력 강화 등 실질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후진타오 주석도 "한중 FTA 건설과정을 적극적으로 연구·추진하고 더 긴밀한 경제관계를 구축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의 입장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다소 뉘앙스에 차이가 있는데, 중국 측은 좀 적극적이고 우리는 좀 신중하다"면서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의 FTA문제도 있고 한미 FTA도 비준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만큼 올해 안에 한다, 안 한다는 것은 너무 빠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동통신, 금융, 원전건설, 에너지분야 협력을 중점 추진하고 과학기술, 환경분야 협력도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은 언급 안 해…靑 "후진타오 주석은 '이해'를 표했다"
북핵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국 측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하였고, 우리 두 정상은 앞으로도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나는 남북 간 진실한 대화를 통해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자 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진전시키고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의 폭을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남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변함없이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전체적인 틀에서 대북정책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이해를 표했지만 양국정상 모두 '비핵·개방·3000 구상'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쓰촨(四川) 지진사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중국정부와 중국 국민들에게 한국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중국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아픔을 딛고 일어나 하루 속히 복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 측이 쓰촨성 지역 대지진이 발생한 다음 중국에 대한 깊은 동정과 지원을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양국의 관계장관들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 직전 한중 수형자 이송조약, 한중 고등교육 학력학위 상호인정 양해각서(MOU), 한중 극지 과학기술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 등에 서명하기도 했다.
'MB식 유머'에도 눈길
한편 이날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유머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청도에서 새벽에 닭이 울면 인천에 닿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대한민국과 중국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속담"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저는 오늘 후진타오 주석을 처음 뵙는데, 서로 회담을 하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후진타오 주석이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발시켰다.
이에 후진타오 주석은 웃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각종 의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던 중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았나요?"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에 폭소가 일었는데, 이 대통령 특유의 위트와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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