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 대지진' 참사로 민심이 뒤숭숭한 데다 중국인들의 관심이 26일(현지 시각)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주석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지진'에 밀리고…, '국공합작'에 치이고…
국민당 주석의 중국 방문은 국민당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취임 6일 만에 중국을 방문한 우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인 2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54년 만에 한껏 높아진 제3차 국공(國共 :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합작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도는 간략한 소개 수준에 그쳤다. 한국 언론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양국 간 관계격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가능성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중국 관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전날 밤, 이날 오전 등 주요 뉴스에서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소식을 간략히 언급했을 뿐이었다. 반면 우보슝 주석의 경우에는 일정 대부분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주요 신문들의 반응도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전날 이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던 <인민일보>는 28일에도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1면에 보도했지만 관련 뉴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쓰촨 대지진 관련 소식이 지면 대부분을 장식했다.
이 신문은 전날에도 이 대통령과 미국 부시 행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이 냉전사고로 가득 찬 사람들과 짜고 우리 중국과 소원해지거나, 중국을 견제하려는 그런 음모를 꾸미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뼈 있는 논평을 내 놓기도 했다.
영문판 <중국일보(차이나데일리)> 역시 1면에 이 대통령 방중 소식을 다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미국-일본에 이어 이뤄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후진타오 주석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대통령의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언론보도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호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지난 27일에야 신정승 신임 주중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식을 열었다.
신 대사는 지난 6일 중국에 도착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제정식을 차일피일 미뤄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지진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의 외교적 결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통상 중국에 부임하는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2개월에 한 번 열린다"면서 "신 대사의 입국 3주 만에 신임장 제정식이 열렸다는 것은 오히려 이 대통령의 방중을 감안한 중국 측의 호의적 조치"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서는 교황방문과 겹쳐 홀대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이 현지에서 외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지난 4월 미국방문 역시 교황 베네딕토 16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의 방미와 시기가 겹치면서 현지 언론 등으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었다.
청와대는 미국 순방을 통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미국 측과 긴밀한 관계를 '복원'했다고 자평했지만, 백악관 환영행사에만 1만 여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미국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교황열풍'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십만 명의 시민이 모인 군중미사 현장에는 암표까지 등장했었다. 교황의 미국 입국행사에는 부시 대통령 내외, 출국에는 딕 체니 부통령 내외가 직접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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