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야당으로부터 사실상 공개 구애를 받은 손 전 대표는 그러나 "지금 상황을 잘 모르니까 좀더 생각을 해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孫 만나려던 安, 급히 취소…"선거 유세 일정 때문"이라지만…
먼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른바 '반(反)문재인 연대'의 맥락에서 '손-안 연대'설이 나오기도 했던 안철수 대표와 손 전 대표 간의 만남 계획이었다. 손 전 대표가 이날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리는 다산 정약용 180주기 묘제 행사에서 강연을 하는데, 안 대표도 남양주 일대의 자당 후보들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이 강연에 참석해 손 전 대표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아침 8시 50분께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남양주 '친환경 생명 벨트' 지원 유세를 하는데, 마침 손 전 대표도 남양주에서 강연을 하기에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라고 확인하며 "두 분이 현장에서 만나서 어떤 말을 할지 정해 놓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약 2시간 후인 10시 40분께, 김경록 당 대변인은 브리핑룸을 찾아 "(안 대표가) '유세 중에 잠깐 뵈어서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선거가 끝나고 찾아뵙고 인사 드리겠다'고 손 전 대표에게 말했다"고 알렸다. 결국 이날 손 전 대표 강연에 안 대표와 최원식 의원은 불참하고, 신학용 의원만 참석했다. 최 의원과 신 의원은 대표적인 '손학규계'로 불리던 정치인들이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안 대표는 손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손 전 대표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이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수행원에게도 별도로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전날 저녁 늦게 손 전 대표 쪽에 연락해 강연 참석 여부를 타진한 것은 안 대표와 상의 없이 당 선대위에서 일정을 짜면서 한 일이고, 안 대표에게는 이런 일정이 이날 오전 보고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를 받은 안 대표가 "선거 유세 일정이 이렇게 빡빡한데 잠깐 가서 뵙는 게 예의가 아니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다음에 만나는 게 좋겠다. 손 전 대표에게 (내가) 직접 연락하겠다"고 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 전직 당 대표급 인사, 그것도 신당의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를 당 대표가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데, 지원 유세에 한두 시간 늦거나 아예 유세 일정 중 하나를 취소하는 정도는 통상 정치권에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안 대표의 일정 취소와 관련, 시간적으로 이태규 본부장 브리핑과 김경록 대변인 브리핑 사이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공개 발언이다.
김종인 "손학규, 전국 각지서 유세해줄 것 간곡히 요청"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날 9시 경기 남양주시청에서 남양주 지역 자당 후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오늘 제가 손 전 대표에게,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유세를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김 비대위 대표는 "손 전 대표는 그 동안 우리 당 대표를 역임하셨고, 또 대통령으로 유력한 주자였다"고 추켜세우며 "현재 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의 지나친 의석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야당의 발전을 염려하는 손 전 대표가 제 요청을 참작하고 흔쾌히 승낙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 정계 은퇴 하신다고 강진에 내려가 계셔서 제 스스로도 이런 부탁을 드리기가 매우 송구스럽지만, 전국 각지에 출마한 우리 후보들이 손 전 대표의 후원을 원하고 있고, 손 전 대표도 항상 선공후사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오늘 손 전 대표에게 간절하게 남은 기간 동안에 저희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십사 하고 공식적으로 요청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새벽에 두 분이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통화에서) 김 대표께서 손 전 대표에게 선거 지원을 간곡히 말씀드렸다"며 "이와 관련 이미 여러 차례 통화하신 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구 손학규계인 정장선 선대본부장이 강진에 내려가 손 전 대표를 만나게 한 것도 김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손 전 대표 측의 입장이 오늘 중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작 손학규는 "생각 좀 해보고…"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날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유세 지원 요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좀더 생각을 해 보겠다"며 "사실 내가 지금 무슨 상황인지를 모른다. 어제부터 오늘은 강연 준비 때문에 다른 것을 못했고, 알다시피 (강진에) 갇혀 있지 않았느냐"고만 했다.
안철수 대표가 자신을 국민의당에 모셔오고 싶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글쎄"라고만 했다. 이날 다산 관련 강연에서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 정계 복귀 신호탄이냐는 질문에는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느냐"며 "정치하는 사람만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받아넘겼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권 관계자는 "오늘은 (손 전 대표에게서) 이 이상의 말씀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강연을 마치고 다시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다.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와 국민의당 '안철수 지도부' 모두가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그가 한나라당 출신으로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가졌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이 그에게 우호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더민주 탈당 사태와 국민의당 창당 등을 거치며 호남의 '문재인-친노 거부' 반응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더민주로서는 호남에서 맞은 불리한 국면을 손 전 대표 카드로 돌파하려 할 공산이 크다.
반면 국민의당으로서는 경기지사를 지낸 손 전 대표의 이력에 기대, 열세인 수도권 지역에서 막판 반전을 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손 전 대표는 경기지사 경력 외에도 경기도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특히 지난 2011년 보궐선거 때는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 대표적인 부유층 거주지인 분당에서 최초로 당선된 야당 의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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