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로 20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해군이 말로는 '화해·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적반하장의 '손해배상 폭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강정마을회와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6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의 구상권 청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군은 지난 3월28일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주민들, 반대운동에 나섰던 평화활동가와 단체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상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시행한 항만 제1공구 공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금액으로, 청구대상은 5개 단체를 포함한 121명에 달한다. 청구 금액만도 무려 34억5000만원이나 된다.
강정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해군)는 공사장 입구 농성천막 등을 철거하며 든 행정대집행 비용 8900여만원을 강정주민들에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강정주민 등이 지금까지 부과받은 벌금만도 3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항만 제2공구 공사를 담당한 대림건설도 강정마을 주민 등이 공사를 방해해 공사기 지연됐다며 손실비용 230억원을 청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회 등은 먼저 삼성물산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문부터 도마에 올렸다.
중재판정문은 공사지연의 책임이 강정마을회 등의 반대활동과 함께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일부 국회의원의 해군기지 사업 반대행위 때문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피해내용은 △플로팅 독 △케이슨 제작장 및 슬립폼 시스템 설치 △화순항 연장사용에 따른 주민민원(7억2000만원) △하수급인에 대한 손실 보전 △손해보험료 △태풍으로 인한 손해 △플로팅 독 추가구매 등이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 등은 "도대체 반대운동과 이러한 피해주장 내용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백번 양보해 반대활동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면 중재판결문에 제시한 대로 제주도 등은 왜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해군은 명확히 답해야 할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이들은 △태풍에 따른 케이슨 7기 파손 △오탁방지막 미설치 등 환경영향평가 위반 △설계오류 등에 따른 총리실의 시뮬레이션 과정 △우근민 도정의 공사중지를 위한 청문절차 등이 직접적인 공사지연 사유라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 등은 원희룡 도정의 명확한 입장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제는 원희룡 지사가 입장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8일까지 구상권 청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은 "강정주민들을 10분 만나는 것조차 거부하는 모습에서 누구를 위한 도지사인지 의문"이라며 "그럼에도 도정책임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만약 도지사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행정과 단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도지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 그런 (파국사태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마을회 등은 또 20대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과 정당에도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답변 시한은 8일까지 못 박았다.
이들은 "구상권 청구를 용인하거나 응답이 없을 경우에는 이번 4.13총선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조금 반항한 것인데,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며 "과연 대한민국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나가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특히 조 회장은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며 "이게 선례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국책사업 반대하는 입장을 펼칠 수 없는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강정주민, 시민사회, 평화활동가들은 사익을 위해 싸움을 한 게 아니다. 평화로운 강정마을, 구럼비 파괴를 막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싸운 것"이라며 "해군이 구상권을 청구해 이들에게 경제적 비용을 물리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강정주민들의 아픈 가슴을 두 번 세 번 찢고 소금까지 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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