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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랑과 전쟁>...이게 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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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사랑과 전쟁>...이게 정치냐?"

[2030 '센 언니'들의 정치 수다③] 여성의 정치 참여 어떻게 늘리나?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유권자의 절반도 여성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치의 계절'이 되면 여성은? 사라진다.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에서도 법으로 정해진 여성 할당제는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어느 당은 여성 몫의 비례대표 후보 홀수 자리에 남성을 배치하고도 '당당'하다. 어느 후보의 딸이 얼마나 예쁜지가 화제가 될 뿐이다. '앞으로 정치 하려면 예쁜 딸은 필수'라는 농담의 절반은 진실일지 모른다.

이슈에서는 더 그렇다. 누가 '여성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인지에 대한 논란은 뜨거워도, 결혼과 출산·육아라는 여성의 '몫'에 대한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누구도 진짜 여성의 고민을 듣고 말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이 4.13 총선을 앞두고 무서운 언니들을 한 자리에 모신 이유다. 여성 가운데서도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육아라는 인생의 격변기에 놓여져 있는 2030 여성 8명이 삶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 과격하고, 때로 진지하고, 때로 한숨이 깊었던 '처음 만난'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 시대 여성이 체험하고 있는 '헬조선'의 실상과 그와 괴리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4시간 넘도록 진행된 방담을 총 4회에 걸쳐 싣는다.

△ 송혜교 : 29살.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조카가 두 명 있다.
△ 최화정 : 32살. 연구직이다. 쓸데없이 가방 끈이 길다. 올해 가을에 결혼 예정이다.
△ 전지현 : 31살. 사무직이다. 결혼 안 했고, 아직 예정도 없다.
△ 김연아 : 36살. 16개월 아들이 있다. 결혼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최근에 직장을 구해 '워킹맘'이 됐다.
△ 김태희 : 27살. 제품 디자이너다. 직업 특성상 주변에 여성이 많다. 정규직으로 일하다, 지금 회사로 옮기면서 계약직이 됐다.
△ 황정음 : 34살.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40개월이 된 딸이 있다. 일 때문에 다소 늦게 참석했다.

그 외에 프레시안 여성 기자 2명이 참여했다. 30세 싱글의 '프레시안 기자 1'와 36세로 34개월 아이를 둔 '프레시안 기자2'가 방담에 함께 했다.
<2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미혼모 정치인, 20년 전업주부 정치인도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송혜교 님이 여성 정치인을 양적으로 늘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여성 정치 참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좋아하는 여성 정치인은 누구 있으세요?

전지현 : 사실 아는 여성 정치인이 없어서요. 심상정, 진선미, 은수미 의원 정도?

송혜교 : 이번에 공천 못 받은 장하나 의원도 좋아요.

프레시안 : 장하나 의원은 최근에 아이를 낳으셨죠.

송혜교 : 애를 낳으셨으니 더 잘 아시겠죠, 여성 문제를.

최화정 : 옛날에는 강금실 장관, 추미애 의원 등이 두드러지는 여성 정치인이었죠. 우리나라는 매우 뛰어난 여성이어야만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 정치인이 더 못 나오는 것 같고요. 남성보다 더 뛰어나야만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달까? 나경원 의원이 대표적이죠.

프레시안 : 아니면 정말 예쁘거나.

최화정 : 저는 미혼모 정치인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요. 가정주부를 20년 넘게 하다가, 지역에서 반장, 통장 다 하고 그 지역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여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력단절 겪고, 자기 노동권 가지고 싸운 사람이 여성노동 문제를 들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문제를 겪은 사람이, 즉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의 지지를 얻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올바른 사회 아닐까요.

전지현 :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정치에 직접 뛰어 들어 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김태희 : 아빠가 저에게 정치하라고 그랬어요. 제 나이에 지금 시작해서 빨리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 정치는 지금 시작하면 빨리 시작하는 거라고요. 결혼도 늦었고, 출산도 이미 늦었고, 정치는 지금 하면 남들보다 빠르다고. (일동 웃음)

전지현 :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신세한탄하게 되잖아요. 월급도 쥐꼬리만큼 받고 통장에 돈도 없고, 일도 하기 싫다고…. 그러다 우스갯소리로 "정치해, 야 너 정치해" 이런 얘기도 해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봤는데, 멀쩡한 사람은 정치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정치는 나가서 '나 잘 났어! 나 뽑아줘' 이런 거잖아요. 멀쩡한 사람이 그런 걸 할 수 있을까요?

▲여성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연합뉴스


"놀이터에서 동네 엄마들과 '정치 수다' 왜 못 할까?"

프레시안 : 그래서 어떤 학자는 국회의원을 추첨제로 하자고 하기도 해요. 그 제도가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대표할 수 있다고요.

전지현 : 그렇게 해도 지금처럼 지역구마다 뽑아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을 거 같아요.

송혜교 : 그리고 어디 로비할 수도 없구요. 선거비도 안 들거구요.

전지현 : 지금 구조에서는 여성 정치인을 어떻게 더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지금은 여성 30% 공천 할당제는 지키지도 않고, 여성을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비례대표 홀수 번호 배정도 안 지키잖아요.

송혜교 : 그거 다 없애고 추첨제로 돌리죠.(웃음)

최화정 :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애초 여성 정책이 없어서 여성 정치인이 안 나타나는 건지, 아니면 여성 정치인이 없어서 여성 정책이 없는 것인지…. 그리고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현실 정치가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전혀 내놓지 않으니 여성은 점점 더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요.

김태희 : 기대감이 없는 게 문제죠. 정치로 당장 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다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는 거죠.

김연아 : 우리 사회는 아직 뭔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송혜교 : 유모차 끌고 시위 나오는 엄마들을 '앵그리맘'이라고 하잖아요. 그 표현 마음에 안 들어요. 화가 났다는 거잖아요. 근데 왜 '앵그리파더'는 없어. 그리고 무슨 '맘'이 그렇게 많아요. (일동 웃음)

황정음 : 사실 요즘 정치 사회 이슈 같은 거 저는 잘 몰라요. 그나마 밖에서 일을 해야 이런 이야기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미혼일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했던 이야기들인데 말이죠. 결혼을 하면 신랑 챙겨야지, 애기 챙겨야지, 그러다 보니 바깥 얘기는 잘 몰라요. 관심도 줄어들고.

원래 밖에서 일하던 여자들은 애를 키우면 육아 우울증이 올 수밖에 없어요, 예전엔 정치를 잘 몰라도 '박근혜가 어떻다느니' 이런 한두 마디는 했는데, 지금은 오롯이 뽀로로 얘기만 하고, 노래도 죄다 뽀로로…(모두 웃음).

사실 지금 제가 애기를 남편한테 떼어 놓고 이 자리에 온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일이죠.

송혜교 : 저도 애 키우는 친언니한테 "나 지금 영화관 와 있다" 얘기했더니, 언니가 "난 요새 영화 뭐하는지 몰라" 이러더라고요.

김연아 : 예전에 애 낳기 전에 일을 했을 땐, 집에 와서 남편이랑 맥주 마시면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애 낳고 몇 달 있다 보니, 사회 이슈를 전혀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TV도 못 보니까.

그래서 남편이 오면 "오늘 뭐 재미있는 일이 없었어?"라고 물어봐요. 남편은 없다고 해요. 남편은 하루종일 밖에서 그런 얘기만 하다 온 거니까, 말하기 싫은 거죠. 또 그런 걸 세세하게 말하는 성격도 아니기도 하고요.

그러면 저는 "억지로라도 하나 짜내봐" 그러고. (웃음) 예전에 하던 사회나 정치에 대한 대화 자체가 그리워요.

황정음 : 정상적으로 저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애기는 '옹알옹알'하니까. 애가 생기기고 나서는 대화라고 부를 수 있는 양질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수가 없어요. 집에서 애 보는 여자들이 놀이터에 앉아서 우리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이런 얘기 하겠어요? (일동 웃음)

그나마 유일하게 사회와 연결돼 있는 게 신랑인 건데, 신랑은 부장에게 하루종일 뜯기고 오잖아요. 그런 이야기 또 하고 싶겠어요.

"아빠들도 육아휴직 의무로 하게 하면 어떨까"

프레시안 : 얘기를 듣다 보니,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결국 '육아로부터의 해방'인 것 같네요. 육아에서 해방되면 직장도 다닐 수 있고, 직장에 다니다가 여유가 생기면 취미 생활도 하고 친구도 만날 수 있고요.

송혜교 : 기본소득이 답이라니까요! 혹은 공공 육아. 제가 아는 언니는 예전부터 애를 안 낳겠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애가 생긴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일을 그만뒀어요. 남편이 애를 보니까, 이게 애 키우는 일이 꼭 여자 문제가 아니게 되더라고요. 여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어려움을 그 남편도 똑같이 겪더라고요.

프레시안 : 남편 육아 휴직도 의무화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아빠들의 육아 휴직이 의무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남자들이 여자를 잘 이해하지 않을까?

전지현 : 경제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보면, 육아 휴직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까 1년을 다 못 쓰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송혜교 : 그래서 기본소득!

전지현 : 그게 맞는 말인 게, 사회가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고, 일찍 퇴근도 할 수 있으면 육아 문제가 그렇게 크겠어요? 남자도 키우고 여자도 키우고 하는 거죠. 북유럽에서 육아 문제가 크지 않은 게, 그런 조건이 되기 때문이잖아요.

최화정 : 맞아요. 스웨덴도 아빠도 엄마도 다 육아를 할 수 있게 해주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업주부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집에서 아이 돌보는 건 생산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프레시안 : 확실히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아는 남자분도 아내가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본인이 육아 휴직을 했어요. 근데 처가에는 육아 휴직한 걸 얘기했는데, 본가에는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최화정 : 확실히 문화와 제도가 같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시간도 주어져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고요.

황정음 : 육아 정책 찾아보면 웃긴 게 되게 많아요. 도시보다 시골에서 출산율이 더 심각한 문제잖아요. 그래서 어떤 지자체에서는 애를 낳으면 돈을 준다고 하는데, 돈만 주면 되나요. 주변에 직장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출산지원금만 덜렁 준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하다 못해 학교를 더 짓는다든지, 자연주의 타운이라도 조성한다든지 그런 시늉이라도 해야 거기서 애를 낳을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 텐데…. 고작 몇십만 원 준다고 누가 애를 낳고 싶겠냐고요.

프레시안 : 아이 낳고 출생 신고하니 강서구에서 욕조 선물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강남구나 서초구처럼 돈 많은 곳은 첫째부터 50만 원 정도 돈을 주던데요? 같은 서울인데 달라요. 비싼 동네 사는 돈 많은 사람은 첫애 낳고도 돈을 받고, 싼 동네 사는 없는 사람은 셋째를 낳아야 비로소 10만 원이야. (일동 웃음)

최화정 : 강서구는 집값이 싸니까, 애 있는 집이 많죠.

황정음 : 저는 부천 사는데, 부천은 심지어 욕조도 안 줘요.

송혜교 : 우리 다 애를 낳지 말죠.

모두 : 출산파업? 좋다!(웃음)

황정음 : 그리고 어린이집 비용도 그렇잖아요. 누리과정 매번 난리고요.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 입장에서는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에요.

김연아 : 어린이집 갔더니 엄마들이 그걸 많이 묻더라고요. 계속 지원되는 거냐고. 그런데 그걸 물어볼 때 엄마들이 당당하지 못해요.

프레시안 : 돈도 돈이지만, 교육 과정 자체가 이상해요. 말로는 같은 과정이라는데, 유치원이랑 어린이집은 선생님 월급도 다르잖아요. 차별이죠. 초등 교육부터 국가가 의무 교육이라고 해서 다 책임지는 것처럼, 영유아 보육도 지원금을 줄 게 아니라, 교육 과정 자체를 체계적으로 재정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전지현 : 엄마들 사이에선 보육료 이슈가 이렇게나 '핫'한데, 정치인들이 왜 이런 걸 신경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TV 나오는 정치인들 보면 '아, 저런 사람들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화정 : 체감이 안 되는 사람들인 거죠.

"김무성은 누와르, 박근혜는 <사랑과 전쟁> 찍고…예쁜 딸 내세우는 정치도 짜증"

▲딸들이 아빠의 선거를 도우러 나섰다. ⓒ연합뉴스
전지현 : 옥새 들고 부산 튀고 그러는 사람들한테 왜 여성 이슈를 챙기지 않느냐고 묻는 게 내가 너무 멍청한 것 같고…. 차라리 이민 가서 접시 닦는 게 낫지. 정치로 사회를 바꾼다는 게 우스운 생각 같아요.

최화정 : 이번 선거 보도 중에 제일 웃겼던 게 그거예요. 옥새 투쟁. 그런데 둘(김무성, 원유철)이 그러고 나서 나중에 회 먹고 있는 사진 나왔잖아요. 무슨 누와르 영화처럼. <범죄와의 전쟁> 생각나지 않아요? 하정우가 최민식 개 패듯이 패고 이후 중국집에서 둘이 술 마시는 장면요.

웃긴 게, 그래서 김무성이랑 박근혜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김무성은 '싸나이' 강조하는 누와르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데, 박근혜는 <사랑과 전쟁>을 찍잖아요. 미친 듯이 사랑했다가 미친 듯이 증오하는.(일동 웃음) 그런데 정치는 그런 게 아니지 않나요.

전지현 : 새누리당도 웃긴데, 근데 또 더불어민주당이 이기면 우리가 이기는 건가? 필리버스터 때까지 '오, 얘네가 뭐 하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김종인이 나와서 '나 2번!' 하니까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일동 웃음). '얘넨 또 뭐지?' 이런 느낌?

최화정 : 그리고 제일 짜증 났었던 건 유승민이랑 김부겸 딸들 사진 엄청 화제가 됐잖아요. <조선일보>는 국회의원 후보 되려면 딸이 예뻐야 한다고 아예 미인대회처럼 정치인 딸들을 좍 모아놓았더라고요. 기사 댓글 보면 '장인어른. 대구의 아들이 되겠습니다' 그런 거 많고, 짜증났어요.

전지현 : 요새 정치권에서 비어있는 포지션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엄마 보수'인 것 같아요. '청년 보수'도 한물갔고, 새누리당에서 애기 안고 '보수 엄마'라고 나오면 인기 많지 않을까요.

최화정 : 손수조가 저번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서 전략을 짰더라고요. '엄마 보수'요. 부산의 딸인데 아이까지 낳았으니 그 지역 보수 어르신들 보기엔 좋겠죠. 결혼 안 하고 애 안 키운 게 박근혜의 약점인 건데, 손수조가 그걸 보완했으니 완전체인 거죠.

김연아 : 얼마 전에 남편이랑 사표가 의미가 있냐 없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찍은 표가 한 번도 사표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서요. 저는 사표가 의미 있다는 입장이고, 남편은 사표가 의미 없다는 입장이에요.

일단 저는 별로 정치인한테 기대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노무현이 대통령 됐을 때 다들 기대를 했지만, 내놓은 정책은 갈수록 보수화되고 노동자를 외면하는 것들이었죠. 그런 일들을 겪다 보니 지금은 무관심해졌어요.

최화정 : 하지만 그런 지지율이 정당을 유지하게 만들잖아요. 일종의 심폐소생술 같은 거죠.

송혜교 : 사표라도 없으면 더 빨리 죽을 것 같아서. 저도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해요. 거긴 계속 국회 못 들어갈 것 같아요. 근데 혹시 국회 들어간다 하더라도 현실 정치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타협 같은 건 안 할 것 같아서요.

김연아 : 남편은 그래도 진보 정당 중에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딜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총선은 아니고 대선에서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게 돕고, 정의당에 장관 몇 자리를 달라고 하면 실제 정책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그렇게 되면 정의당이 그 정권을 비판할 수 있을까? 정권이 끝나면 책임도 같이 져야 하는데?

최화정 : 어떤 자리를 얻어야지만 할 수 있다는 건, 고지론을 취하는 순간 진보 정당이 생명력을 잃으니까요.

김연아 : 그래도 남편이 말하는 게 이해는 돼요. 너무 패배를 오래 하게 되면 그것도 좀….

"투표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정치다!"

프레시안 : 그럼 어느 당을 지지하세요?

김연아 : 저는 노동당요.

전지현 : 저도 노동당요. 그런데 이제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하는 느낌이랄까.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권력을 잡으려고 정당 활동을 하는 거지, 안 하려면 시민단체나 동아리 하면 되는데 노동당은 당으로서 권력 의지가 없어 보인달까.

송혜교 : 저는 녹색당원인데, 예전에 저희 당도 그런 얘기가 많았거든요? 근데 최근에는 약간 달라진 것 같아요.

최화정 : 저는 정의당 지지해요. 저는 지식노동자 계급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을 지지하는 건 자기 기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개인적으로 심상정 의원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정의당 당원이 되고 느끼는 건데, 진보당으로서 생명력을 이어나가게 하는 '똘끼' 있는 사람 몇 명이 있어요. 근데 그게 좋아요. 그리고 지역 당원끼리 커뮤니티 잘 돼 있어요. 보통 친구랑 정치 이야기 잘 못 하잖아요. 회사에서도 못하고. 그래서 서로 대나무숲이 되는 것 같아요.

김태희 : 잘은 모르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해요. 저는 차악이 좋다고 생각해요. 여야가 한 번씩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더민주를 뽑을 거고요. 제 표가 다 의미가 있겠지만 기왕이면 더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부모님이랑만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 투표할 때는 부모님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아빠와 엄마가 뽑는 사람이 다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왜 다르게 뽑는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외가 쪽은 다 1번인데, 이모랑 외삼촌이 저한테 1번 뽑으라고 이야기하세요. 한 번은 이모부가 저한테 "몇 번 뽑니" 그러더라고요.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이모부가 찍는 사람요"라고 했더니 용돈을 손에 쥐어주시더라고요.(일동 웃음)

황정음 : 저는 뭐랄까, 정의당을 지지해야 할 것 같긴 해요.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고민하는 당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지를 하긴 하는데, 막상 찍을 때 보면 정의당 찍기 쉽지 않더라고요. 정권 교체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지역은 더민주 뽑고, 비례는 정의 찍고 그런 식으로 하죠.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사실 이쪽 진영에서 매력적이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1번 뽑는 사람들을 못 이기는 것 같아요.

최화정 : 새누리당이 아무래도 풀도 넓다 보니, 경력 좋은 사람들을 잘 배치하죠. 판사나 외교관, 공무원 했던 사람 중에서 뽑아서 지역에 잘 포진해놓으니까 그럼 유권자들도 경력 보고 일 해 본 사람이니 잘하겠지 싶어서 뽑는 거죠.

황정음 : 저희 동네에 걸린 선거 현수막을 봤는데, 문구가 "저는 이제 머슴입니다"더라고요. 지금이 "마님" 하는 시대도 아니고 무슨, 에휴…. 지금만 그럴 거잖아요.

저희 엄마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뽑아서 왜 뽑았느냐고 물어보니까 "여자를 뽑아야 좀 낫지 않겠니?" 그러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랑 남편이랑 화가 나서 "박근혜는 여자가 아니야!"라고 했어요.(일동 웃음) 그러니까 어머니가 또 "왜 여자가 아니야" 물어보시고. 제가 다음엔 김무성 뽑을 거냐고 하니까 어머니가 "왜, 멋있지 않아" 이러시더라고요.

최화정 :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투표를 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해요. 제가 좀 전에 어떤 시민단체에서 하는 토론회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투표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거기서 방안으로 얘기 나온 것 중 하나가 국회의원들이 국회 주변 식당에서 얼마나 돈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국회의원들이 인정한 여의도 맛집' 이런 식으로 구성해서, 누가 언제 무슨 카드로 뭘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비싼 건 한 끼에 7만 원 그렇더라고요. 그런 걸 보여주면서 "네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이 이런 걸 먹고 다닌다"는 걸 알리는 거죠.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빡치는' 포인트를 보여주면서 환기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전지현 : 근데 그런 분노 프로젝트는 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이미 다 힘든 거 알거든요. 젊은 사람들도 취직 안 되고 살기 힘든 걸 알고 정치인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그래서 누굴 찍지? 하고 물어보면 대답할 사람이 없어요.

황정음 : 지금까지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있었잖아요. 허경영요.(일동 웃음) 그 사람이 뜬 게 차별화된 정책 때문이잖아요. 신혼부부한테 1000만 원 준다고 하고. 애 낳으면 또 돈 주다고 하고, 집도 준다 그러고. 공중부양만 한다는 얘기만 안 했어도….(일동 웃음)

그런데 정말 공약들이 다 똑같더라고요. 다 똑같은 공약인데 뭘 보고 찍겠어요. 선거 유세 기간이라고 만날 전철역 앞에서 악수하자고 하고 노래 틀어놓고 율동하는데 시끄럽고 짜증만 나지. 그럼 홍보책자에 쓴 것만 보고 찍어야 하잖아요. 제가 애 낳고 오죽이나 볼 게 없으면 애랑 남편 재워 놓고 선거 홍보물을 새벽까지 열심히 정독해서 본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뽑았는데, 정작 선거 결과는 확인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에 본 글 중에서 기억나는 게 있어요. 우리가 정치라고 하면, 되게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애기 엄마들이랑 어린이집 이야기하고, 신랑이랑 비정규직 이야기하고 그런 것도 다 정치라는 거죠. 그게 맞는데, 정치인이 옥새 들고 나르고 그런 것만 보이니까 정치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송혜교 : 일반 사람들한테 정치라고 하면 투표하는 거만 생각하는데, 투표하고 나서가 진짜 정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진짜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관리사무실에서 아파트 방송을 하는데 국기를 게양하라고 하는 거예요. 화가 나서 제가 전화해서 "국기 거는 건 개인의 자유인데 왜 관리사무실에서 하라 마라 하느냐"고 따졌더니, 담당자가 관공서에서 방송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엄마한테 "왜 이런 걸 듣고도 지적하지 않냐, 이게 바로 정치"라고 그랬어요.

김태희 : 그런데, 그런 걸 하나하나 다 지적하고 따지기엔 내 삶이 너무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송혜교 : 맞아. 우리 삶이 너무 피곤해. 그러니까 기본소득이 필요해! (일동 웃음)

프레시안 : 긴 시간 이야기 감사합니다.

4회에는 방담 참여자들이 직접 투표해 뽑은 '여성이 본 최악의 후보 10명' 리스트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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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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