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국회의장 출사표에 'MB정부 충성' 서약

"부산 출신 김형오는 당대표 해야"…지역안배 논리까지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자신의 경쟁자인 김형오 의원을 향해선 "당대표직을 맡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 의원 역시 의장직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는 상황.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두 차례 정도 만나 조율을 시도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면서 "경선도 불사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당대표직 출마하랬지만…"
  
  안 원내대표는 20일 국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내 생각은 의장직 출마였는데 주위에서 당 대표를 맡아서 어려운 시기에 헌신해달라는 권유도 있었고 고심을 거듭했다"면서 "최종적으로 결심해 국회의장에 출마할 것을 공식적으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가 당대표 출마 시 짝을 이룰 계획이던 정의화 의원도 전날 원내대표 출마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는 "김형오 의원도 (국회의장에) 강력한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직 등과 지역균형을 맞추는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수도권으로 정해졌으니 당 대표는 지금 거론되는 박희태 선배나 김형오 의원 등 영남권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출신인 나는 의장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김형오 의원이 대표로 나서는 게 지금 어려운 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수도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박희태 의원보다 김형오 의원이 낫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안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끝까지 의장직에 나서시겠다면 민주적으로 경선을 거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나'는 질문에도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혹시 18대 전반기에 부의장을 맡고 후반기에 의장직을 맡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부의장 직은 전혀 생각치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나는 국정파탄세력과 싸워 대한민국 구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단 경선에 이어 당대표직도 사실상 추대 분위기를 보이면서 '한나라당 내 의장 예선'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듯 안 원내대표의 이날 의장직 출사표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대한 그것을 방불케 했다.
  
  그는 "원내대표를 지내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후보 임명을 저지하는 등 여당의 횡포를 막은데 대해 긍지를 갖고 있다"면서 "또한 국정파탄 세력과 싸워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선봉에 섰다는 점에 대해서도 커다란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권교체의 선봉에 섰던 제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는 데 신명을 바치도록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회의장에 나서면서 야권과 관계는 고려치 않냐'는 지적에 안 원내대표는 "상생국회를 만들 것이고,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견제와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에 앞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제가 손발을 맞춰서 치열하게 대선을 치르고 총선을 치러 오늘에 이르렀다"고 은근히 자신의 공헌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매파'로 분류됐던 그는 "오늘 오후 임채정 의장을 방문해 한미FTA 비준 통과를 위한 여야지도부 설득을 부탁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이런 경우에 중대한 국익 대해 직접 나서야 한다. 야당 지도부가 끝까지 설득 안 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 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장상'을 간접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