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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빨갱이 여배우 "힐러리보다 차라리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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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빨갱이 여배우 "힐러리보다 차라리 트럼프"?

샌더스 지지자 33%, "힐러리 찍느니 투표 안 해"

연예인 중에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소셜테이너'라고 한다. 특히 진보 성향으로 사회 개혁에 개념 있는 소신을 밝히며 행동에 나서는 소셜테이너는 정치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선의로 한 선택이 어떻게 현실에서는 비극을 부르는지 모르는 '무개념'과 '무능력'을 동시에 소유한 위험한 '유사 정치인'일 수 있다.


▲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 유세장에 참석한 수전 서랜던. ⓒAP=연합뉴스

사회주의자라면서 트럼프 지지?

수전 서랜던(70)은 할리우드의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소셜테이너로 꼽힌다. 그가 출연한 대표작도 페미니즘 영화 <델마와 루이스>, 사형제의 문제를 다룬 <데드맨 워킹>처럼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다. <데드맨 워킹>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존경받는 영화배우이자 소셜테이너로서 그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그가 지지하는 후보가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라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지명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확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그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서랜던도 대선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보다는 클린턴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주자는 '인종주의자' 도널드 트럼프이고, 트럼프 못지 않은 극우 성향의 테드 크루즈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는 점에서 서랜던이 혐오할 후보들뿐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MSNBC 인터뷰에서 서랜던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대선에서 맞붙으면 누굴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 "클린턴에게 표를 줄지 모르겠다. 상황을 봐야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것인가? 서랜던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랜던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즉각적으로 혁명을 가져올지 모른다.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 논객들은 일제히 "미친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도부나 보수 논객들조차 "절대 안 된다"는 후보인데, 서랜던이 마치 클린턴보다는 트럼프가 차라리 대통령감으로 낫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조너선 케이프하트는 "클린턴을 맹렬히 비난해온 서랜던이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확언하지 않은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라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선명성에 집착해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샌더스 지지자들 사이에는 "힐러리는 절대 안 돼"라는 구호가 "트럼프는 절대 안 돼"라는 구호보다 인기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최근 공동 여론 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지지자들 중 33%가 샌더스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에도 클린턴에게 투표하기를 거부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비율이다.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처럼 고유의 정치적 이념이 없이 공포와 폭력, 무지, 조롱의 풍토에서 세력을 모으는 독선적인 과대망상증 환자에게 표를 던지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자신들을 사회주의자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와 달리 샌더스는 혼자서 미국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서랜든처럼 샌더스를 이념을 넘어서 우상으로 떠받들고, 샌더스가 아니라면 본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샌더스 지지자들은, 그들이 그렇게 이루고 싶어하는 집단적이고,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혁명을 위해 득보다는 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랜던의 반박, "정말 위험한 생각은 이런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


하지만 서랜던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클린턴이 될 경우 선뜻 투표하겠다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샌더스 지지자 중 많은 사람들은 클린턴을 그들이 경멸하는 정치 체제에 속하는 믿을 수 없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며, 샌더스는 이를 저지할 구심점이 되는 인물로 여긴다.

서랜던은 "당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MSNBC 앵커 크리스 헤이스의 질문에 "정작 위험한 것은 지금 체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리고 말했다. 그는 "무장 경찰, 민영화된 감옥, 사형 제도, 낮은 최저 임금, 여성 권리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는 이런 체제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고, 이런 세상을 뒤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케이프하트는 "서랜던이 선의 반대편에 서서 적을 도와준 게 처음은 아니다"면서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나 앨 고어나 마찬가지라고 믿어 그는 랠프 네이더의 열성 지지자가 되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 우리 모두가 다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즉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혁명은 인종주의, 이민자 혐오, 반페미니즘에 기승한 캠페인으로 휩쓰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클린턴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다 알고, 본인도 인정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미친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서랜던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가치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시에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롱>의 메리 엘리자베스 윌리엄스는 "서랜던은 유명인사이자 부자이니 트럼프의 혁명이 일어난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니 그런 소리도 하는 모양"이라면서 "그런 특권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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