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은 4.13 총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가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의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편집자
2012년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 사퇴한 대선 후보, 지난 겨울의 전격 탈당에 이어 현재 원내 3당이 된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당수(黨首). 현재 서울 노원병 지역구 현역 의원인 안철수 의원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안 의원의 지역구에 31세 청년인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을 공천했다. 이 지역구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로는 2008년 이후 8년 만의 3자 구도가 된다.
3자 구도의 여론조사 결과는 30일 현재 박빙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중앙일보>가 마이크로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 35.3%, 이준석 32.0%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4.0%포인트)내 접전 양상이었다. 반면 제3후보(지지율 기준)인 더민주 황창화 후보는 11.4%를 기록했다. 정의당 주희준 후보도 5.2%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마다 결과는 비슷하다. 27일 MBN-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안철수 32.0%, 이준석 29.5%, 황창화 14.5%였고, 23일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는 안철수 34.9%, 이준석 34.1%, 황창화 13.9%였다.
안 후보가 지난 2013년 보선에서 올린 득표율은 무려 60.5%(허준영 32.8%)였다. 2012년 총선 때 노회찬 후보는 득표율 57.2%를 기록(허준영 39.6%)했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에 더민주 황창화 후보 지지율을 더해도 지난 2번의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 후보의 득표율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물론 지난 선거 때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실제 득표율보다 낮았다. 그렇다 해도, 현재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2013년의 여론조사 지지율보다도 낮다. 2013년 4월 1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안철수 40.5%, 허준영 24.3%였고,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 KBS-미디어리서치의 2013년 4월 15~16일 조사에서는 안철수 44.7%, 허준영 29.6%였다. 같은 달 14~17일 SBS-TNS 조사에서는 안철수 51.2% 대 허준영 27.9%까지 나왔다.
이준석 후보는 이 같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현장을 돌아다녀 보면 실제로 더민주 지지층에서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강하게 드러난다. 여론조사와 비슷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새누리당 중앙당이 (유승민 축출, 옥새 파동 등 공천 과정에서) 너무 못해서 통상 30%대 중반인 당 지지도가 27%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걱정거리로 들었다.
이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는 전통적 보수층을 결집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두 번째로는 안 후보가 실망감을 안겨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공략하겠다"고 선거 전략을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담담한 분위기다.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단순 지지도·선호도가 아닌)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안 대표가 훨씬 많이 나온다"면서 "또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하면 지금 보이는 격차보다 훨씬 많이 날 것이다. 2013년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 차이를 보라"고 했다.
단 안 후보 측은 "안 대표가 계속 중앙 정치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다"며 지역 평판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는 지역구 활동은 안 나오고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활동 위주로 보도될 수밖에 없으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안 대표가 지역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본격 선거전에 들어가 (예산 확보 등 지역구 활동 내역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3자 구도'였던 지난 선거 보니…임채정은 이기고 노회찬은 졌다
얄궂게도 새누리당에 바싹 추격당하고 있는 안 대표는, 야권에서 대표적인 연대 반대론(또는 무용론)자다. 국민의당 내에서 야권 연대를 강하게 주장했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을 사실상 제압하고 독자 노선을 고수한 것이 바로 안 대표였다. 안 대표는 전날 관훈토론에서도 노원병 지역 선거에 대해 "후보 (간) 연대 없이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2012년 4월 총선에서 정의당(당시 통합진보당) 노회찬 전 대표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에게 승리했을 때에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 경선을 통해 노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됐었다.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후 치러진 2013년 4.24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이동섭 예비후보가 사퇴하고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래서 3자 구도의 선거는 2008년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환,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맞붙었던 18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물론 '1여2야의 3자 구도=필패'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앞선 총선 구도를 보면, 3자 구도임에도 완승을 거둔 야당 후보가 있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갑·을 두 자리였던 노원구 국회의원 수가 3명으로 늘면서 노원병 지역구가 처음으로 생겨났을 때의 일이다.
17대 당시 출마자는 한나라당 김정기, 새천년민주당 이동섭, 열린우리당 임채정 후보 등이었다. 이때 임채정 후보는 45.2%를 득표해, 한나라당 김정기 후보(37.0%)를 8000표 이상 격차로 꺾었다.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한화갑 대표-추미애 선대위원장이 이끌던 새천년민주당의 이동섭 후보가 10%(9894표)를 가져갔지만 승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제3후보의 존재가 여당의 승리 요인이 됐다. 이때는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가 3만4554표(43.1%)를 가져가 당선자가 됐다. 2위는 3만2111표(40.1%)를 득표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였다. 1,2위 간 표차는 2000여 표에 불과했다. 이때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김성환 후보는 1만3036표(16.3%)를 득표했다.
17대 총선과 18대 총선의 결과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이른바 '제3후보'가 누구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17대 때의 제3후보였던 이동섭 후보는 지역위원장 직함만을 유지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12번을 받았다. 반면 18대 때의 김성환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노원구청장에 당선돼 현재는 재선 구청장이며, 이재명 성남시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과 함께 촉망받는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김성환 구청장은 임채정 전 의원과 가까웠고, 이번 선거에 더민주 후보로 나온 황창화 후보도 임채정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제3후보의 '역량'이 꼭 개인의 능력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소속 정당도 중요하다. 이동섭 후보가 17대 총선 당시 소속됐던 새천년민주당은 바로 그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산산조각났다. 반면 임채정 의원이 속한 열린우리당은 창당 직후 기세를 올리던 때였다. 18대에서는? 노회찬 후보 개인은 저명한 '스타 진보 정치인'이었지만 소속 당인 진보신당은 당세가 약했고, 김성환 후보가 속한 통합민주당은 그해 총선 참패로 81석으로 줄긴 했으나 어쨌든 총선 직전까지는 136석의 의석 수를 자랑하던 제1야당이자 원내 1당이었다.
이 같은 요소들은 모두 이번 선거와의 비교 내지 대조점들이다. 그러나 제3후보의 존재보다 17, 18대 총선에서 더 핵심적인 승패 요인으로 꼽힌 것은 사실 '바람'이었다. 17대에서는 '탄핵 역풍'이, 18대에서는 '뉴타운 열풍'이 불었다. 19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 것도 임기 말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슈 민감성'은 17~19대 선거 모두를 통틀어, 노원병뿐만이 아닌 수도권 선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특징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은 '박근혜 정부 경제 실정 심판론'을, 여당은 '야당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선거판 전체를 흔들 만한 '바람'은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른바 구도(이슈), 인물, 정당 등 총선 선거판을 가를 변수들 중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인물' 변수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대선 주자급 지명도를 가진 '큰 정치인'임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주지의 사실이고, 이준석 후보도 나름 새누리당의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름을 알려 왔다.
선거는 구도, 인물, 정당…'표밭' 노원병, 어떤 곳인가?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노원병 지역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6만5021표, 45.9%)보다 문재인 후보(7만5481표, 53.3%)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노원병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50.4%,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5.1%,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7.8%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반 득표를 한 지역이기도 하다.
읍면동별 집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노원병 선거구(상계동 일원)에 정확히 들어맞는 자료는 아니지만,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50.8% 대 이회창 44.8%(노원구 전체)였고,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 43.0% 대 이회창 42.4%(분구 이전 노원을), 14대 때는 김영삼 38.5% 대 김대중 35.9%(노원을)였다. 즉 가장 최근 치러진 '박근혜 대 문재인' 승부를 제외하면, 역대 대선에서 모두 최종 당선된 후보의 표가 더 많이 나온 셈이다. 기본적으로 야당 세가 강하기는 하지만, 이른바 '스윙 보트(교차 투표)' 지역으로도 볼 수 있다.
인구 구성은 어떻게 돼 있을까. 올해 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노원병 지역구(노원구 상계1~10동)의 인구 수는 22만9247명, 20세 이상 유권자(19세 제외)는 18만5153명이다. 이 가운데 20대는 3만342명(16.4%), 30대는 3만5789명(19.3%), 40대 4만263명(21.7%), 50대 3만7071명 (20.0%), 60대 이상은 4만1688명(22.5%)이다.
서울시 전체의 20세 이상 연령별 인구 비율(20대 17.5%, 30대 20.1%, 40대 20.6%, 50대 19.2%, 60대 이상 22.6%)과 비교해 보면, 노원병에는 20~30대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약간 적고, 40~50대는 약간 많은 셈이다.
인구는 줄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8만3672명이 노원구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했다. 같은 기간 전입 인구는 7만3528명으로, 1만여 명이 순감했다.
경제적 특성은 어떨까. 보통 노원구를 '서민 동네'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서울시민 1인당 평균 지방소득세 납부액과 상계동 주민 1인당 납부액을 비교해 봤다. 지방소득세(구 소득할 주민세)는 소득세의 10%다. 4년 전 상계1~10동의 주민 1인당 평균 지방소득세 납부액은 6만579원(서울시, 2012년)이었는데, 같은해 서울시는 1인당 평균 37만4591원(통계청 자료에서는 37만8055원)이었다.
읍면동별 통계가 없는 더 최신 자료(2014년 지방세정연감, 서울시)를 보면, 2013년 노원구민 1인당 지방소득세는 4만7310원이 과세된 반면 서울시 전체는 1인당 22만5551원이었다. 감면 등 사항을 감안해도 대략 5~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노원이 서울 전체 평균에 비해 5배나 가난하다'고 하면 틀린 해석이 된다. 예컨대 연소득이 5000만 원인 노동자가 실효세율 2.2%를 적용받으면 99만 원을 소득세로 내지만, 소득이 그 3배인 1억5000만 원인 사람은 14.0%를 적용받아 1842만 원을 낸다. 소득세를 18배 많이 낸다고 18배나 부자인 게 아니다. 3배만큼만 부자다.)
또 노원구가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많은 '가난한 동네'라고 하지만, 노원병 지역만 놓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5년 노원구의 기초생활수급권자 수는 2만4734명(인구 대비 4.3%)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4년 동별 통계를 보면, 노원병 선거구인 상계동 지역은 주민 수 23만3734명 중 기초수급권자 4636명(2.0%)로, 같은 해 서울시 평균과 같았다. 노원구는 2014년 3.7%(2만1472명)로, 작년보다 다소 낮았다.
노원구는 대표적인 '베드 타운'으로, 교육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노원의 총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은 27.6%로, 강남 대치동(32.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06년 서울시가 집계한 전체 소비지출 대비 사교육비 비중도 11.7%로 높은 편(서울시 평균 11.5%. 인접 강북구 9.9%, 송파구는 12.0%)이었다.
2015년 일반계 고교 대학 진학률을 보면, 노원구는 62.7%로 서울시 평균 61.4%보다 높았다. 단 일반계 고교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가 아닌, 특목고·자율화고·실업계 등을 종합한 '고교 전체 진학률'은 서울시 56.4%, 노원구 54.3%로 오히려 노원이 낮았다. 20세 이상 인구 가운데 대학 재학 이상(대학 및 대학교, 중퇴·수료·졸업 포함) 학력 소지자 비율은 51.7%로, 서울시 전체 53.4%보다 약간 낮았다. (서울시, 2010)
지역 현안은 창동 차량기지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 계획과 상계뉴타운 문제 등이다. 차량기지 부지는 38만 제곱미터(㎡)나 된다. 각 후보들은 모두 이 차량기지 부지 개발을 통해 노원을 '베드 타운'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하고 있다. '베드 타운'답게, 노원구민들의 통근·통학 소요시간 평균은 2014년 기준 34.3분으로, 서울시 평균 33.4분보다 조금 더 길었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상세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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