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 출신 남기춘 변호사가 삼성 가(家) 이혼 소송에 뛰어들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변호를 맡게 된 것. 임 고문 측이 기존 변호인단을 교체하면서 남 변호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변호인단에는 이혼 소송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들 대신 남 변호사를 끌어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남 변호사는 이혼 소송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러나 검사 시절 재벌 비리를 수사한 경험은 많다. 따라서 1심에서 이부진 사장의 승리로 끝났던 이혼 소송이, 2심에선 다른 성격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두 사람은 이혼하고 친권과 양육권 모두 이부진 사장이 갖는다"라고 판결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 2003년 대검찰청 중수부 1과장 시절 '대선 자금 수사'를 담당할 때 삼성그룹을 수사했다. 당시 수사에서 삼성 측이 이회창 캠프에 340억 원, 노무현 캠프에 30억 원을 각각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남 변호사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압수 수색하고,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시 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장이던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남 변호사의 강직한 면모를 아꼈다고 한다. 남기춘 같은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검찰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최고위원은 검찰을 떠나서 대법관이 됐고, 이후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다. 총리 후보자가 됐으나, 거액 수임료 논란으로 물러났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검사 시절, 남 변호사가 재벌 수사에 대해 비타협적이었던 건 분명하다. 남 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장이던 지난 2011년, 태광 및 한화그룹 수사를 하다 중도 사퇴했다. 수사 방향을 놓고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다. 당시 그는 "살아 있는 권력보다 살아 있는 재벌이 더 무섭다"는 말을 남겼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