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꼬리를 물고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기결석 아동은 물론 미취학 아동, 의료기록이 전혀 없는 영·유아, 보육료를 신청하지 않은 영·유아까지 사실상 전 연령 어린이를 대상으로 학대 여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얼마나 많은 다른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날지에 국민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끝없이 드러나는 아동학대 '참극'
22일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5개월인 딸을 떨어뜨려 숨지게 한 A(37)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경북 영주 자신의 집에서 딸이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목말을 태운 상태에서 방바닥으로 떨어뜨린 뒤 방치했다.
의식을 잃은 A씨 딸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한 달여 만에 뇌 손상으로 숨졌다.
경기 화성시와 화성경찰서는 22일 화성에 주소를 둔 박모(2013년 7월생·현재 4세)군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조사에 들어갔다.
미혼모가 낳은 박군은 출생 직후 화성에 있는 외가에 열흘가량 맡겨졌다가 전북 군산에 있는 친가로 보내졌다.
친할머니는 얼마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박군을 키우고 싶다고 하자 그에게 맡겼다.
박군 소재는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같은 아동학대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인천에서 컴퓨터게임 중독인 아버지와 그의 동거녀로부터 학대를 받아 11세 소녀가 맨발로 집을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 1월 경기 부천에서는 초등학생이 30대 아버지에게 학대받다가 숨진 뒤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2월에는 마찬가지로 부천에서 40대 목사 부부가 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을 7시간동안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5시 30분께부터 낮 12시 30분까지 부천의 자택 거실에서 중학교 1학년 딸(당시 13세)을 7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했다.
같은달 15일 경남 고성에서는 7세인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친모가 구속됐다.
남편과 불화로 가출한 그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린 딸이 숨지자 지인들과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런 충격이 가시기 전인 이달 초 경기 평택에서는 계모(38)의 학대를 받다가 7세 신원영군이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달 20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4세인 딸이 대소변을 제대로 못가린다는 이유로 욕조에 가두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몰래 묻은 아버지 안모(38)씨가 구속돼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안씨는 숨진 딸을 5년 전 암매장하고도 '외가에 있다', '고아원에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암매장 사실을 자백했다.
◇ 관계 기관 '학대 여부' 조사 전 연령으로 확대…'뒷북' 지적도
'인천 맨발 소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 경찰 등은 장기결석 아동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부천 초등생과 중학생, 고성 여아 사망은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장기결석 학생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교육당국과 경찰은 이어 취학 연령이 됐는데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소재 확인에 나섰다.
평택 신원영군, 청주 네살 여아 사망은 이 과정에서 밝혀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학대 여부 조사 대상으로 의료기록이 없거나 양육수당·보육료 등을 신청하지 않은 어린이까지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화성에 주소를 둔 박모(4)군이 전북 군산에서 행적이 끊긴 사실이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조사는 사실상 전 연령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또 드러날지 국민의 걱정이 커지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전수조사 덕에 뒤늦게 범죄 진상을 밝혀 처벌하고,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 등이 아동관리에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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