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사람을 상대로는 첫 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했다. 이 9단은 5판 3승제인 구글매치에서 1∼3국을 내리 패했지만 4번째 대결에서 첫 승을 거둔 것. 앞서 알파고는 지난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이날 대국은 중반 전투에서 이 9단이 승기를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 9단이 78수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묘수가 승패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이 묘수를 알파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의문 수를 남발, 결국 형세는 이세돌 쪽으로 기울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SNS를 통해 79수때 70%였던 승률이 87수 때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세돌 “값을 매길 수 없는 승리"
알파고는 이후에도 다양한 응수타진으로 이 9단을 흔들려고 했으나 형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알파고는 180수만에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전의 대국이나 이후의 대국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승리"라며 "응원 덕분에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날 환한 웃음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이세돌 9단은 "한 판을 이기고 이렇게 축하 받기는 처음"이라며 "이번 경기 전 5-0이나 4-1 승부를 예상했던 기억이 난다. 제가 가령 3-0으로 앞서다 한 판을 졌다면 아프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허사비스 "이세돌, 축하한다"
한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이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알파고가 압박을 받아 실수를 했다고 분석했다.
허사비스 CEO는 대국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세돌 9단이 4국을 이겼다. 축하한다"면서 "그가 오늘 너무 잘했고, 알파고가 회복할 수 없는 실수를 하게끔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87수 때 실수를 하자 "이세돌 9단이 환상적으로 대국을 치르고 있다. 알파고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87수 때 혼란스러워했다. 우리는 지금 곤란에 처했다"고 적었다.
이어 "실수는 79수였다. 그러나 알파고는 87수가 돼서야 그 실수를 알아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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