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제 위기론'과 '경제 낙관론'을 오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락가락 현실 인식에 대해 9일 비판했다. 세계 경제 상황은 변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경제 인식 때문에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셔야 할 대통령이 하루는 위기라고 했다가 다음날 낙관론을 얘기하는 것은 경제 정책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그저 국민에게 호도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경제 좋다" vs. 김종인 "경제 실정")
김종인 대표는 "우리 경제 정책이라는 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낙관했다가 비관했다가 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각종 연구기관이나 심지어 전경련 같은 데서도 우리 경제의 각 분야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한국 경제가 위기인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8년간 우리 경제가 정체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함에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서인지 아직도 이를 바꿀 아무런 경제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이번 총선을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정책을 심판받는 선거라고 지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대표는 "과거에 (박정희 정부 시절) 경제 개발 5개년 2차 계획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 정책 틀이 한 번도 변경되지 않고 계속가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 관료들은 '우리는 일본이 겪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면서 경제 관료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대해 질책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대표는 "과거에 1996년부터 1997년까지 (경제 고위 관료 중에) IMF를 걱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IMF 사태가 안 올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IMF 사태를 겪고 말았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북한 핵 실험과 개성 공단 폐쇄 국면 당시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적극 알리라"고 말한 것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朴 대통령 "대내외에 '경제 튼튼' 적극 알리라")
김종인 대표는 "지금 국제 경제 상황이 바뀌고 우리 경제에서 주력을 이룬 각 분야의 경쟁력을 점점 상실하는데, 우리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새 경제 틀을 마련해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하는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면서 "정부는 하루 속히 현 상황을 더 면밀하게 판단해서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과 파견법 등 통과를 요구할 때는 '경제 위기 야당 책임론'을 꺼내들었다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경제가 나쁘지는 않다"고 방어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법'이라고 이름 붙인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과 파견법 등 노동 관계법에 대해서 야당은 각각 '의료 영리화법', '비정규직 확대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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