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위의 여성들은 언제쯤이면 성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영화관 여성 알바생들 "우리는 영화관의 꽃이 아니다"
"그런 얼굴 꼬라지로 일할 거면 나가세요"
"손님이 오는데 얼굴이 그게 뭐냐"
영화관 직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대다수가 상사로부터 '외모 지적'을 받는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영화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알바노조(아르바이트 노동조합)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CGV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는 영화관의 꽃이 아니"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과거 영화관 알바를 했을 당시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A 씨는 "먼지가 많은 영화관에서 일주일 중에 5일을 렌즈를 끼고 다니려니 결막염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였다"며 "눈이 아파 렌즈를 낄 수 없어서 뿔테 안경을 끼고 출근했더니, 매니저로부터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알바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아르바이트 노동자 303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성희롱, 외모 품평 사례는 각양각색이었다.
'너무 말라서 유니폼이 볼품없다. 가슴이 작다', '여자가 화장을 하고 다녀야지', '매표는 예쁜 여자가 하는 거야' 등이다.
응답자의 87%는 '면접에서 외모 평가를 당했다'고 밝혔으며, 80%는 회사가 요구하는 외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벌점 등의 제재를 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회사로부터는 '용모 단정'을 요구받지만, 정작 용모 단정을 위한 구두, 머리망, 스타킹 등 물품은 회사에서 지급하지 않아 사비를 들여야 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 달 반마다 렌즈값으로 4만 원을 썼다"는 증언도 있었다.
알바노조 조합원 B 씨는 "저는 단 한 번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쾌하거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기업의 이미지라면서 서비스 응대를 과하게 요구하는 회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의 망언 "여자가 똑똑하면 배우자 풀이 좁아지잖아"
교육 현장에서도 성차별 발언은 예외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는 7일 '강의실 속 흔한 여성 혐오적 발언들' 목록을 정리한 후 교내에 대자보를 붙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온라인 SNS에도 웹자보를 올리며 "혹시 당신도 강의 도중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석순> 편집위원회가 공개한 성차별 발언은 다음과 같다.
"여자들은 똑똑해질수록 눈이 너무 높아져서 배우자의 풀(pool)이 좁아지잖아."
"어차피 모든 흥했던 것들은 망한다고. 수지도 어차피 늙는다니까?"
"너는 책 안 읽지? 너는 책 읽는 것보다 손톱 관리하고 치장하는 게 더 좋지?"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되어 있어"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적인 것으로 인정해 출석으로 처리해 주는 '생리 공결제'에 대한 발언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 교수가 "여학생들 유고 결석 있죠? 너무 자주 쓰시는 것 같은데, 악용하지 마세요. 딱 학기에 한 번만 허용하겠다"고 한 것.
<석순> 편집위원회는 "이런 발언을 듣고 바로 반론하거나 문제제기하지는 못하였더라도, 불편함은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었을 것"이라며 "꽤나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많은 제보가 모였다는 건 이 불편함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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