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한곳에 집중돼 있습니다. 바로 '결별'입니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의 통합 거부 선언을 공개 반박했으니 그럴 만합니다. 사소한 이견이 아니라 당의 좌표를 정하는 중대문제에서 공개 반론을 편 것이니까 비타협적 대립 끝의 결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결별 가능성은 후순위 관심사입니다. 더 먼저, 그리고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결별은 따로 있습니다. 신뢰와의 결별입니다.
첫째, 반(反)새누리 진영에서의 결별입니다.
안철수 대 김한길·천정배 대립구도는 '반새누리'라는 화두로 표면화됐습니다. 김한길·천정배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막아야 하고, 새누리당에 맞서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통합의 명분을 '반새누리'에 맞춘 것이죠. 헌데 안철수 대표는 이를 거부하는 스탠스를 취했습니다. 반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들의 불신을 자초한 겁니다.
둘째, 비(非)더민주 진영에서의 결별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친노 패권주의를 탈당과 신당 창당의 주된 명분으로 삼아왔습니다. 계파구도도 문제인데 그 계파구도에 패권주의까지 얹혀 혁신을 외면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탈당을 감행했죠. 하지만 안철수 대 김한길·천정배 대립구도를 만들어버림으로써 자신들도 계파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게다가 안철수 대표는 공동 창업자의 주장조차 일거에 내침으로써 패권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비더민주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 겁니다.
신뢰의 핵심은 새정치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입만 열면 읊조렸던 새정치가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신뢰의 끈이 끊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한길·천정배라는 외부인에 의해 끊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모순의 결과로서 스스로 끊어지고 있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반'과 '비'에 의존하는 정치는 위험합니다. '반'과 '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 것이기에 적절한 균형감각과 고도의 정무감각은 필수입니다. '반'과 '비'를 시시때때로 능수능란하게 교차 운용할 수 있는 정치력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반'과 '비'라는 두 마리 맹수에 물어뜯기게 됩니다. '반'을 거부하고 '비'에 반발하는 다른 정치세력, 다른 유권자층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그뿐입니까? '반'과 '비'의 정치는 자기 엄격성과 엄밀성을 요구합니다. '반'과 '비'가 갖는 속성 자체가 비판적이기 때문에 비판의 준엄함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즉 비판자가 '남 말 하는 사돈'이 돼 버리면 '반'과 '비'가 종횡의 창살이 되는 정치적 감옥에 갇혀버립니다.
새정치는 마땅히 '안티'의 정치가 아니라 '비욘드'의 정치, 반대의 정치가 아니라 극복의 정치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는 새누리와 더민주 너머 그 이상의 정치 문화와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반'과 '비'의 레토릭만 구사했고, 급기야는 그 '반'과 '비'마저 답습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민의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열상의 핵심은 새정치의 파탄입니다. '낡은 새정치'의 필연적 파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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