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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반상 대결' 과학계도 예측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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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반상 대결' 과학계도 예측 엇갈려

학습·추론 능력 가진 인공지능의 미래 엿보기

세계 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벌이는 세기의 바둑 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관심의 초점은 상금 100만 달러(고정환율로 11억 원)를 놓고 사람과 인공지능이 벌이는 역사적인 대결의 결과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이세돌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람의 두뇌처럼 신경망 구조로 작동하는 알파고가 프로기사 기보를 포함해 3천만 건의 기보를 학습했지만 아직은 이세돌의 판단과 직관을 능가할 역량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전 전승으로 꺾었지만 판후이의 실력은 이세돌에 훨씬 못 미치고, 아직 세계 최정상급 바둑 고수의 변화무쌍한 대국 방식에는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단기 전략은 우수하지만 멀리 내다보고 미리 수를 쓰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바둑은 멀리 내다보고 게임을 진행해야 해서 이세돌 기사가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알파고가 매수 최적의 착점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프로기사들처럼 몇십수 앞을 내다보는 착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알파고의 승리를 점치는 학자들도 있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등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딥러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넉달 전 판후이와 치른 경기를 토대로 알파고의 실력을 추정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실제 알파고는 사람이 1천 년 이상 걸릴 100만 번의 대국을 한 달 안에 학습한다. 개발자인 구글 역시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률을 50 대 50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이 우승한다고 해도 인간 우위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간이 바둑을 배우듯이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딥러닝으로 '추론'까지 해내는 알파고가 인간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도 "알파고가 이번 대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더 강해지고, 만약 몇 년 뒤 재대결이 벌어지면 그때는 승부 예측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그림을 그려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학습'과 '추론'의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도전하는 이번 사건은 미래에 벌어질 수많은 사건의 전초전과 다름없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인공지능과는 달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추론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인공지능 로봇이 현재는 공장이나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산업 현장에 주로 배치됐다면 미래에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서비스업에도 쓰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의 지식·서비스 노동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실업과 잉여노동인구 관리,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큰 변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이 일자리와 사회의 질서를 완전히 압도할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다 뺏지는 못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사람이 종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빠르게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승 교수도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거나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 낼 뿐이지 인간처럼 사고하는 것은 아니어서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체스 그랜드마스터인 존 스필먼도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기계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창조하지 못한다"며 "돌벽에 우리 머리를 찧기보다는 기계를 탁월한 훈련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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