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저녁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낙천·낙선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다. 18대 국회입성에 실패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위로하고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만찬에는 이방호, 이재오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오, 지리산에…이방호, 지역구에…
이재오 의원 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며 "아직 그럴 때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주말 지리산을 찾는 등 잠행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이번 달 말까지는 계속 지리산에 계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방호 의원의 경우에도 최근 지역구를 찾아 서울을 비우고 있다.
그러나 이날 불참한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모두 총선에서 낙선한 친이(親李)계 핵심 측근이라는 공통점이 공교로운 것만은 아니다.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새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는 조건을 갖고도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당장은 대면하는 일이 스스로 껄끄러웠던 게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재오 의원이나 이방호 의원 모두 앞에 나서면 혹시 대통령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안 오시는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공기업 기관장 등 앞으로 있을 각종 인사에서 청와대가 '낙천·낙선자 분리 방침'을 밝히고 나선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는 최근 "낙선자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공직에서 피해 있는 것이 맞다"며 "이번 인선에서 낙선자와 낙천자는 철저히 구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직접 측근들에게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이재오 의원 측 관계자는 "이재오 의원은 새 정부의 출범에 정말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문제 때문에 청와대 행사에 일부러 불참하거나 하실 분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모습 드러낸 낙선자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재오, 이방호 의원뿐 아니라 이날 행사에는 김영덕, 김광원, 김용갑, 김애실, 김재원 의원 등이 모두 7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불참해 전체 참석자는 38명이었다.
김영덕, 김광원 의원은 현재 외국을 방문 중이고 김용갑, 김애실 의원은 다른 일정이 있어 청와대 측에 불참을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재원 의원의 경우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에는 '구제대상 1순위'로 분류되는 박희태 김덕룡 맹형규 의원 등은 물론이고, 안택수, 이상배, 권오을, 임인배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과 정종복, 박형준, 박승환 의원 등 낙선한 '이명박의 남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부 낙선자들에 대해선 여전히 이 대통령의 신임이 높은 데다 정치권 안팎에서 '기용설'도 끊이지 않고 있어 청와대가 밝히고 있는 '낙선자 6개월 불기용 방침'이 과연 끝까지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 이른바 '친박(親朴) 복당론'에 대한 의견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을테니 친박 인사들을 복당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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