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자정에 처리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의 결단이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고, 나아가 유엔을 움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미, 한·중) 정상간의 외교에서,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조치를 통해 중국에서도 그렇고, 워싱턴에서도 그렇고, 또 다른 나라에서도 아주 강력한 조치로 한국의 의지를 확연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며 "(유엔 대북 제재안)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저희가 굉장히 오랫동안 어떤 부분에 어떤 재제를 가해야 하는지 밑그림을 그렸고, 그런 게 바탕이 되서 초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미국에서 법안이 하나 만들어져서 상하원을 통과해 법으로 완성되는 게, 4달에서 5달 걸리는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북한 제재 법안 의결과 관련해 미국 의회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서 한반도, 동북아 평화와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시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게 최상의 파트너다,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을 하셨고, 그런 것들이 한·중 정상간의 신뢰 외교 차원에서 상당한 무게를 가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이번에 유엔에서 강력한 제재안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개성공단 폐쇄가) 상당히 긍정적인 기여를, 생산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미국과 중국, 나아가 유엔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장의 핵심은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역할론이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인해 미국이 대북 제재 법안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안의 밑거름이 됐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움직인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역할 주문"이 주요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지도력과 외교력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는 논리다.
"대북 제재 수위 상승은 이미 결정된 일…대통령의 업적이라고?"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청와대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논의 시스템을 보면, 그런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마련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2094호에 이미 '트리거 조항'이 있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further significant measures)를 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동으로 안보리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 격인 미·중·러가 자동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대통령의 업적'으로 치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역시, 논리적이지 않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추가 제재안 마련 과정에서 자신들의 국익 침해를 철저하게 방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임한다. 그런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 제재 효과도 없고, 오히려 우리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다. 국익을 해하면서 대북 제재를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는 셈인데, 그 제재도 거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유엔 결의안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의 설명은 '국내 정치용'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의 '아마추어' 외교…북핵 문제 해결 훼방꾼 되나?
오히려 청와대의 자화자찬 태도가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교 문제는 정확한 상황 분석을 토대로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을 찾아내고, 합리적인 행동으로 연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박 대통령의 '무오류'를 증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아마추어 외교'의 실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청와대의 설명대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 한반도 배치 등의 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리면, 중국이 (미국과 한국에) 굴복을 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런데 중국이 굴복한 결과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번 미중 협상에서 중국이 얻은 게 더 많다. 전체 협상을 주도한 게 중국이고,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한 페이스 조절도 중국이 주도권을 잡게 돼 있다"며 "이번 미·중 합의는 표면적으로 현 상황을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으로 돌리는 것을 합의한 것임과 동시에 평화협정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기보다는 '두고 보자'는 것이고 중국 역시 제재 수위를 올리면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북 제재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식의 '중재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효과가 의심되는 강경책을 썼다"고 지적하며 "미중 협상으로 대화 국면이 열릴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강경책을 써서 유엔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였다'고 자화자찬을 했다는 것은,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단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촉매제로 해석하는 것은 청와대의 자유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를 위해 강경론의 효과를 부각시키는 청와대의 이같은 태도가,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대화 국면에 우리 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이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중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나, 남한 양측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북핵 문제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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