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변에선 "인수위 활동으로부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설익은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하는 소리도 들린다.
벼르고 있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다음 날로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에 대한 당의 입장을 논의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사고를 친다"는 식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원과 '조·중·동'을 내세운 정부의 혁신도시 공격에 대한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뉴타운 논란이 서울 민심을 자극하고 있는 마당에 혁신도시 논란을 일으켜 지방민심마저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
특히 "여당을 밀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주장한 지역 출신 의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로 인해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혁신도시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시행하되 보완하자는 것이다.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대책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혁신도시를 강하게 비판했던 조윤선 대변인도 이날은 "당과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당정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고위당정협의의 하이라이트는 추경 편성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측 입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미 "경기부양용 추경예산은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한구-강만수, '1라운드'?
특히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국가재정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감세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는 한 경제지 기자는 "결국 추경 편성은 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자는 "청와대의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 최중경 차관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위기론을 강조하는 것도 추경 편성을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한구 의장 역시 만만치 않은 고집의 소유자인 까닭에 18일 당정협의는 순조로운 진행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의장은 추경 뿐 아니라 금리, 환율에 적극적으로 구두 개입하는 강만수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 출범을 즈음한 당시, 한반도 대운하 등 인수위의 설익은 정책이나 내각 구성 문제에 대해선 이한구 의장 등 한나라당이 문제를 제기해 청와대의 뜻을 꺾은 바도 있다.
하지만 총선도 끝난 마당에 청와대가 다시 한 번 양보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18일 첫 고위당정협의는 향후 5년간 당정 관계를 내다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당정협의에는 정부 측에서 한승수 총리를 비롯해 각 부 장관들이, 당에서는 강재섭 대표를 포함해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1∼5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등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을 수행하지 않은 수석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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