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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하룻밤 숙박료 치고는…

금주 한미 정상회담…우려되는 '선물 보따리'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일본 순방을 앞두고 미국 측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완화 조치, 아프가니스탄 병력 재파견, 한국 측의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 확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 방어시스템(MD) 참여 등 대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의회비준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우리 정부 측에서도 일부 이같은 요구에 호응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하룻밤 숙박비 치고 너무 많은 것을 내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개월 이상-뼈 있는 쇠고기 수입도 들어줄라

그 중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마련을 위한 한국 측과 미국 측의 협상은 최대 관심사다. 14일에는 지난 11일에 이어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을 필두로 한 우리 측 협상단과 엘렌 텁스트라 농업부 차관보와 레슬리 오커너 USTR 과장 등 미국 측 협상단의 2차 협상이 재개됐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일본 순방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있다. ⓒ청와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수산식품부 내에선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는 현재의 연령제한을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광우병 위험이 높은 뼈 있는 쇠고기 수입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측은 현재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라 연령-부위별 제한을 없애 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 관련업계에선 광우병 발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 온 동물사료 사용금지를 강화하는 선에서 양국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불안한 상황에서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제한까지 풀어준다면 마치 음주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긴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파병, PSI-MD 참여, 미군기지 이전비용 부담확대…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군을 다시 파병하는 문제도 거론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정몽준 의원에게 "아프가니스탄 치안 유지를 위해 현지 군인과 경찰을 훈련시킬 요원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측은 현지에 파병된 우리 군 병력이 철수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재파병 요청을 하고 나선 셈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과 차기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월터 샤프 합동참모본부장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도 단골 메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 미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용산기지와 2사단 이전비용인 약 10조 원 가운데 약 7조5000억 원을 한국 측이 부담하라는 요구다.

미국 측은 현재 43% 수준인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률을 5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측의 부담비용은 연간 약 1800억 원 정도가 늘어나 약 2조원 규모가 된다.

"미국 입장에선 노무현보다 이명박이 쉬운 상대다"

이같은 한미간 민감한 문제가 여과없이 전면화돼 급물살을 탄 이유는 지난 두 정권을 거치는 동안 한미동맹 수준이 훼손됐다고 평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간 한미관계가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것은 아니나 몇 가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신뢰 재구축을 통해 한미관계를 격상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의 김근식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천명한 '훼손된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식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환호하는 분위기"라면서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면 국가 대 국가의 협상에서는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적어도 협상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 측 입장에선 지난 노무현 정부에 비해 이명박 정부가 쉬운 상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도 했다.

그 동안의 한미동맹을 후퇴로 보느냐 아니냐의 논란과는 별개로 이 대통령이 정부출범 초기부터 미국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미리 넘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FTA 비준에 대한 원론적 입장 확인'이 성과일까?

이런 '선물 꾸러미'의 답례로 우리 정부가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한국보다 훨씬 경제적 파급정도가 적은 콜럼비아와의 FTA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민주당 오바마-힐러리 후보 모두 한미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조기에 미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화끈하게' 양보하고 외교·안보분야와 관련된 현안에서도 미국 측의 손을 들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의 강력한 비난여론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해선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국제 정치관계에 밝은 한 전문가는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국 측 의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선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대통령의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말뿐인 선언'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미 FTA 비준이 과연 우리 정부의 '외교적 성과'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 자체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직접 운전하는 골프 카트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를 유람하며 "한미동맹은 이제 복원됐다"고 자화자찬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공할 만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낸다면, 지나치게 비싼 하룻밤 숙박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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