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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 계획, '다른 나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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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 계획, '다른 나로 살아보기'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좀 다르게 살아보자

이제 1월 1일도 지나고, 입춘절기도 지나고, 설날도 지났습니다. 정월대보름이 남긴 했지만, 새해를 여는 세 관문을 모두 지난 셈입니다(새해 결심을 더는 미룰 명분이 없어졌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해가 바뀌는 것이 큰 의미 없이 다가오지만, 그래도 이런 때를 핑계 삼아 나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죠.

환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몸과 마음의 축이 한쪽으로 기울어서 생긴 병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분에게는 당장 급한 병은 치료해야겠지만, 미래를 위해 "안 하던 짓을 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게 뭐냐고 물으시면 예전에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 되어서 미뤄뒀던 일,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것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실상은 상관이 있지요) 일, 그리고 평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저걸 왜 하지?'하고 생각했던 것을 해보거나 배우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한의학은 좋은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음양(陰陽, 저는 이것을 물질과 현상에 내재한 상대적 속성이라고 해석합니다)의 균형이라고 봅니다. 모든 생명현상은 + 와 - 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줄타기하는 것처럼 균형을 잡고 이루어지면 우리는 건강이라는 줄을 잘 탈 수 있고, 이것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을 잃고 병으로 떨어지지요.

그런데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점검하지 않고 날마다 습관처럼 살다 보면, 내가 익숙하고 편한 쪽으로 점점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몸도 생각도, 감정과 기의 흐름도 변화합니다. 이러한 치우침이 적을 때는 조금 불편한 정도의 병이 생기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중한 병이 생깁니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인지하고 늘 조정하거나 작은 기미가 보일 때(미병未病의 단계) 바로 잡는 것이겠지만, '바쁘다 바빠' 병에 걸린 현대인에게는 꽤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권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낯섦에 본인을 의식적으로 노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을 많이 하고 컴퓨터와 책하고만 노는 분이라면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을 해보는 것, 하루 내 몸을 써서 일하거나 운동이 직업인 사람이라면 인문학 책을 읽는 것,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채식 비율을 높여 보는 것, 생업에만 열중해서 살아왔다면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려 보는 것, 유명인의 재밌는 베스트셀러만 읽어 왔다면 생태 책과 같은 작은 목소리의 책을 읽어 보는 것, 본인이 보수적이라면 진보성향의 매체를 접해 보는 것, 그리고 느슨한 자유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것들이지요. 말하자면 내 건너편에 있는 세상에 나를 떨어뜨려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적 행위는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 행위 자체로 습관적으로 살아온 삶이 가져온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입니다. 평소 많이 써서 지친 부분을 쉬게 해주고, 쓰지 않아서 녹슨 부분을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나를 조절할 힘을 키운다는 점입니다. 평소 습관으로 기운 몸과 생각의 흐름에 반하는 행위와 생각으로 기존의 나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내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이를 스스로 바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변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노년이 되어서도 심신이 모두 건강한 분들을 보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동물이 새로운 과제를 습득하면 그 즉시 뇌세포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발표된 적도 있지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처럼,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일으킬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자극은 '내가 어떻게 그런 것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낯섦과 강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설을 맞아 건강에 관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면 '안 하던 짓 해보기'라고 적고 별표를 하나 쳐 두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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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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