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20대 노동자 4명이 메탄 급성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3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노동건강연대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4일 발생한 사건은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고전적 유해물질인 메탄올 취급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재 한국의 노동자 생명 및 건강 문제 뿐 아니라 고용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는 징후적 사건 혹은 적신호 사건(sentinel event)"이라고 밝혔다.
노동건강연대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인력 파견 업체에 고용되어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파견’되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5조 제1항에 의하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는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메틸알코올은 투명·무색의 인화성 액체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 및 중추신경계 장해가 유발되며 심할 경우 실명까지도 올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실명 위기에 처한 파견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 노동자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을 경우 6개월에 한해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다는 예외가 있다. 사고가 난 업체들의 경우 파견 노동자를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들 회사를 거쳐 간 파견 노동자 중 메틸알코올에 노출된 피해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건강연대는 "이번 사고는 파견법을 위반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사고"라면서도 "영세 제조업체 밀집지역에 불법파견 사업장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정부는 그간 파견법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정부로 돌렸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안도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파견 노동자 확산 정책, 저임금·저질의 일자리,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청년고용 정책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3차 협력업체(하청업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국 대기업의 다단계 하도급에 의존한 제품 생산의 비윤리성, 무책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대 청년들이 유해물질에 눈멀게 되는 상황을 더욱 확산시키고 싶은지 묻고 싶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자신이 추구하는 노동개악이 가져올 지옥의 단면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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