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세 정당이 4일 각 당의 20대 총선 공천 과정을 관리·진행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일부 인사를 확정하고 발표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친박계가 추천해 온 이한구 의원으로 확정됐다.
부위원장 겸 간사에는 비박계의 지지를 받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임명됐으며 그 외 당내 위원으로는 홍문표 제1 사무부총장과 박종희 제2 사무부총장,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이 선정됐다. 새누리당 공관위원은 총 12~13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나머지 위원들은 모두 당 외부에 있는 비정치권 인사가 인선된다.
4선의 이한구 의원은 16대를 제외하곤 17·18·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당선된 대표적인 TK(대구·경북) 의원이자 친박계 의원이다. 내년 총선은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상향식 공천' 사수에 매달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는 달리 일종의 하향식 공천인 '전략 공천'에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친박계로선 이런 이 의원이 공관위원장에 임명됨으로써, 계파 입장을 공관위 논의 테이블에 반영할 든든한 통로를 확보한 셈이 됐다. 이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민에게 신망을 받지 못한 의원이 많이 당선되는 공천 시스템은 곤란하다"면서 "당헌·당규에 따르면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물갈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략 공천 제로' 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김 대표는, 나머지 외부 인사 인선 작업을 통해 공관위가 자신의 계획대로 공천 실무를 관리하는 데에만 그치도록 할 마지막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치적 소수자(여성·청년·장애인) 대표 및 여론조사 전문가, 그리고 최고위원 추천 인사를 일부 포함하는 11~13명 규모의 공관위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친박계는 여론조사 전문가 포함 등이 불필요하다면서, 최고위원이 1명씩 외부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원유철·서청원·이인제·이정현·김태호·김을동 위원 등 6인이 친박 또는 신박계로 분류돼, 친박계 우위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최고위원마다 1명씩 외부 인사를 추천해 공관위를 구성할 경우, 친박계 의사 반영 통로가 더 많아지게 된다. '우선 추천'과 같은 유사 전략 공천 제도를 확대 시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편, 이날 박종희 제2 사무부총장이 공관위원에 포함된 것에 대해, 그와 경기 수원갑 공천을 놓고 싸우고 있는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비례대표) 의원은 "박 부총장은 지금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치 선배인 박 부총장은 상대 당도 안 하는 방법으로 저를 음해했다"면서 박 부총장을 "오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부총장 측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무엇을 음해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당의 공관위 인선 발표가 난 당일에 이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또한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더민주는 전 카이스트 총장, 국민의당은 호남 출신 전 감사원장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창선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총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개혁적이며 올곧고, 학계에서 두루 덕망을 쌓은 분이고, 17대 국회의원을 지내 정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고 전했다.
홍 전 총장은 72세(1944년생)로 김종인 비대위원장보다 4살 아래다. 그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 펜실바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돼 원내 활동을 한 경험도 있다.
홍 전 총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정동영계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당시 열린우리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안개모) 멤버로 활동하는 등 중도 성향의 면모를 보여 왔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로 강조되고 있는 '중도화' 노선의 반영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 2일 창당해 원내 3당(17석)이 된 국민의당도 이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에게 공직 후보자가 될 자격을 심사할 권한을 맡겼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 전 원장에게 당 윤리위원장 및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 자리를 부탁드렸고, 전 전 원장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전 전 원장은 곧고 원칙을 중시하는 분이며, 감사원장으로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전 전 원장은 "정치판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편성하는 대담한 작업을 하고 있는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용기를 더 뒷받침해 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입당 및 위원장직 수락 소감을 밝혔다.
특히 전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천정배 신당'으로 불린 국민회의 신당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뉴 DJ'론을 주장하며 호남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주장했었고, 지난달 28일 <프레시안> '정치통' 인터뷰에서도 '전략공천 등을 활용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천정배 "수도권 야권연대, 안철수와 생각 다르다")
때문에 전 전 원장이 공직 후보자 자격 심사를 맡은 것이 호남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겠냐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받고 "공천 과정과 관련해서는 자격 기준을 만들 것"이라며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힐 것이고,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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