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지속되는 저유가 국면을 견디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가장 유력한 나라로 지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가의 주수입이 '오일머니'인 나라로,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베네수엘라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에 이어 지난해는 저유가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기록적인 -10%를 기록했고, 재정적자는 GDP의 20%까지 치솟았다. 통화인 볼리바르는 달러 페그제로 1달러=6.3 볼리바르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1000볼리바르를 돌파했다. 공식 환율의 150배에 달하는 것이다.
IMF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율, 올해 720%에 이를 것"
4일 <블룸버그> 통신은 "볼리바르 통화 최고액 지폐인 100볼리바르는 미국 달러의 10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볼리바르 통화 가치의 붕괴는 베네수엘라에 달러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베네수엘라는 지급해야할 달러 보유액이 올해 380억 달러가 부족한 상태로 올해 안에 디폴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처지가 된 것도 재정이 바닥 났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정제 비용이 많이 드는 중질유다.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던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부터 정제 과정을 거친 원유를 수입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자국산 원유를 정제해서 쓰는 것보다 차라리 가까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이 더 싸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학 국제개발센터의 리카르도 하우스만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파국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면서 "2001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규모의 무질서한 디폴트는 거의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저유가로 쓰러질 첫번째 국가일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실정을 꼽았다. 2013년 사망하기 전까지 차베스는 재임 기간 동안 오일머니를 담보로 외채를 4배나 늘렸다. 또한 차베스는 오일머니로 산업 국유화를 추진해 민간 부분의 경제체제를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오일머니가 고갈되면, 나라가 붕괴하는 부실 체제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면서 버티느라 물가상승률이 무려 200%에 달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720%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집권당인 좌파 통합사회주의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16년만에 우파 야당에게 대패했다.
한 나라가 디폴트 위기에 처했을 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도 현재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4년부터 IMF에 재정상황을 보고하는 의무를 거부해왔다.
하우스만 소장은 "현재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 정부에서 국제적인 금융지원을 받아낼 경제계획안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정권이 바뀐 다음에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우파 야권통합연대(MUD)는 지난해 총선에서 총 167석 중 112석을 차지하면서 절대 과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마두라 대통령의 임기는 2019년까지 보장되어 있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불안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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